김학실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도시는 아름답고, 건강하고, 활기차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 도시는 언제든 운동화 질끈 동여매고 어디든 걸을 수 있고, 스치는 바람에 잠시 한자락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와 공간, 공기가 허락하는 그런 마을이다. 휠체어 끈 장애인들이 어디든 불편 없이 갈 수 있고, 유모차 끈 젊은 엄마들이 슈퍼를 가고, 도서관을 가고, 버스를 타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그런 지역도 살고 싶은 곳이다.

일터에서 지친 몸을 가정과 동네에서 휴식하며, 삼삼오오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음악과 예술이 넘실거리는, 신뢰와 안전이 있는 그런 마을도 살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내가 살고 싶은 도시인가?

요즘 도시는 변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여성친화도시 조성’이다. 지금까지 도시정책은 중앙정부에 의해 토건적인 발상으로 조성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친화도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을 좀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짜낸 아래로부터의 정책이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이유 있는 자구책이었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도되었다는 점이 기존의 도시정책과는 차별화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도시조성에 여성의 관점을 도입하자는 것은 2002년 이후이며,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원들이 건설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공공건축 및 도시 설계에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관점이 부족하다고 느껴 이를 고쳐나가야겠다는 뜻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런 관심도 사실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여성건설인협회 회원이 이 도시에서 자신의 아이가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은 후부터였다.

이후 김포신도시는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게 된 최초의 사례이다. 김포신도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전신 한국여성개발원)이 김포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던 도중 배춘영 과장이 ‘신도시에 여성친화도시를 건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이를 통해 김포신도시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심야버스운행, 사각지대 CCTV 설치 등 안전한 퇴근길 네트워크가 구축된 도시, 통학거리등을 고려해 보육시설과 학교가 배치된 도시, 여성의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기관이 배치된 도시, 여성고용기업이 유치된 도시, 여성과 아동,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체계등을 구축하여 여성과 아동에게 불편 없는 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신도시가 시발이라고 한다면 서울은 “여성이 행복한 도시(여행도시)”라는 비전을 가진 세계적인 여성친화적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도시 프로젝트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불씨로부터 출발하였다. 오세훈 시장이 처음 당선되고 여성공무원과의 간담회자리에서 불편한 점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여성 공무원이 아주 조심스럽게 “시청 여성 공무원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시청 앞 거리를 걸을 때 구두 굽이 끼어서 굽이 부러지기 때문입니다.”라고 불편을 토로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자는 비전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익산시는 2009년 여성친화도시 제1호로 인증 받은 도시이다. 익산은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상징적인 도시이미지 전략으로써 여성친화도시를 선택하여, 도시이미지 변화뿐 아니라 여성이 도시성장의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시정에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가? 이웃과 소통할 수 있고, 일과 가정이 조화로우며, 약자가 배려 받고, 밤길이 안전하며, 여성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어 내가 살기를 원하는 도시인가? 여성은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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