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주시 반대로 세울 곳 찾지 못해

▲ 청주 추모시민위원회가 시민 모금으로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이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에 보관돼 있다.

<한겨레신문>

청주시민들이 만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이 1년째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한 창고의 어둠 속에 갇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청주 추모위원회는 지난해 노 대통령 서거 당시 청주 상당공원 시민 합동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 5만여명이 낸 성금 가운데 400여만원을 들여 표지석을 만들었다. 좌대 75㎝, 폭 60㎝ 크기의 자연오석으로 만들어진 표지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웃는 얼굴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이루어 가겠습니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추모시민위원회는 이 표지석을 노 전 대통령 49재인 지난해 7월10일 합동 분향소가 있던 상당공원 한편에 세우려 했지만 청주시와 보수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추모시민위원회는 결국 상당공원에서 400여m 떨어진 수동성당에 설치했다. 이마저도 일부 신자 등의 반대로 1주일 만에 쫓겨나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에 10개월째 보관돼 있다. 지난해 9월18~20일 열린 옥천 언론문화제 때 잠깐 나들이를 한 뒤 창고 신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먼지가 너무 쌓여 특유의 너털웃음조차 쓸쓸해 보일 정도다.

추모시민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표지석을 둘 곳을 찾아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9월께는 한 사찰에 두려고 협의했지만 사찰 신도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전격 개방된 청남대도 유력한 후보지였지만 충북도가 반대했다.

추모시민위원회는 22~23일 저녁께 청주의 한 공원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제 때 표지석을 다시 공개하고 자리잡을 장소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청주시가 장소를 허락하지 않는데다 보수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김연찬(서원대 교수) 추모시민위원장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만든 표지석인만큼 1주기 추모식 때는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창고에 두는 것이 너무 죄송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빛을 볼 수 있는 곳에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정지성(청주문화사랑 모임 회장) 추모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철학과 시민들의 추모 마음을 담은 순수한 표지석인데 정치적 색을 덧칠하는 게 안타깝다”며 “6·2 지방선거가 끝난 뒤 도지사·시장 등과 협의하거나 새로 여론조사를 해 둘 곳을 찾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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