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초 서영자 교사 "월말평가 거부" 선언
교원들, 공교육 정상화 모색 토론회 개최도

▲ 3일 오후 7시 청주모처에선 도내 초등학교 교사 10여명이 모여 월말평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석회의가 열렸다.
도내 초등학교 현직교사가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과 달리 파행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월말평가(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증평군 증평초등학교 5학년 7반 서영자(사진) 담임교사. 그는 최근 학부형들의 여론수렴을 거쳐 매월 실시되고 있는 월말평가를 5월부터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학부형들과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연간 4차례의 중간·기말평가만 실시하기로 했다. 그것도 4월말 여론수렴 과정에서 이미 실시된 월말평가를 중간평가로 갈음하기로 했다. 이는 "아이들 학업성취도 수준을 가늠하고 최소한의 수업지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란 설명이다.

서 교사는 "크게 4가지 이유에서 월말평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첫째 교육과정에 어긋난다. 둘째 학부모들의 의견과도 어긋난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 결정사항과도 배치된다. 넷째 협력학습을 중시하는 자신의 교육방침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험 스트레스가 아이들 학력신장에 결코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교육관 때문이다.

그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지역수준, 학교수준, 학급수준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7차 교육과정이나 충북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과도 같다. 수행평가는 교수 학습지도용으로만 쓰여야지 개별 성적 통지와 학급, 학교, 지역 및 교과목별 등수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부모들의 의견과도 어긋난다"며 "고민 끝에 최근 학급 33명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결과 회신을 보낸 21명 중 20명이 월말평가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한 학부모는 "시험은 아이들에게 부담이고 스트레스를 준다"며 "시험을 자주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자포자기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 40.5% 연 4회 평가 찬성

▲ 증평초 서영자 교사
실제 이 같은 결과는 이 학교에서 지난해 11월 전체 학부모로부터 받은 결과와도 상당부문 일치한다. 전체 학부모의 40.5%가 학기당 2회씩 연 4회 평가를 찬성했다. 이어 1·2학기말 2회 평가 38.1%, 학년말 1회 평가 8.8%, 지적영역 평가 반대 0.8%순으로 나타났다. 월말평가를 찬성하는 부모는 11.7%에 불과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의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2월 열린 '2010년 교육계획 심의'에서 학운위원들은 학부모의 설문결과에 따라 연 4회 중간·기말고사를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학교는 올해 3월부터 줄곧 월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장은 "일정 수준의 학력신장을 이룰 때까지 학운위원장의 양해를 구해 월말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초·중등교육법 32조 3항' 국·공립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두고 교육과정 운영방법에 대한 심의·결정에 따르도록 한 조항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또 '헌법 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성 중립성, 자율성에 위배된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20조 3항'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는 조항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서 교사는 "장기적으로 아이들 학력신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월말평가에 대해 교사의 양심과 교육철학에 맞지 않아 거부하기로 했다"며 "경쟁보다는 협력학습을 통해 평화와 우정을 나누는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행 교육사례 간담회도 열려"
그는 "성적 지상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틀린 문제에 대한 본질보다 등수에 연연하게 된다"며 "나아가 친구가 잘못되길 바라거나 열등의식에 아예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다. 더욱이 월말평가는 중·고등학생보다 잦은 시험으로 아이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월말평가에 대한 성적통지까지 하면서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에 신경을 쓰게 하고 있다"며 "아이들 활동상황과 참여 정도, 학습 태도는 현재도 수시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력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증평초등학교 김서호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안건으로 결정하면 생활기록부에 올라가는 성적 통지를 해야 한다"며 "이는 일정수준 학력신장이 될 때까지 학생 지도용으로 사용된다. 학생, 학교, 지역별 등수는 매겨지지만 성적기록이 남지 않는 수행평가용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같은 초등학교 파행교육 사례는 비단 증평초만의 일은 아니란 것이 현직교사들의 말이다. 실제 3일 오후 7시 청주시내 모처에서 도내 10여개 학교 교원들이 모여 파행 교육사례 간담회 및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서 봉명초, 수곡초는 5월부터 월말평가를 보거나 이미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학사가 월말평가 성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율량초, 한솔초는 학부모 동의 없이 학습부진아 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이외에 1시간 수업을 더 하기로 하면서 한솔초 일부 학부모들이 4일 오전 8시부터 1시간씩 등굣길 1인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동주초는 중간·기말고사에 대해 학력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가 교사들의 반발로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지옥서 우리 아이를 구하자"
마을공동동체교육연구소 등 학부모단체 도교육청에 요구

▲ 3일 오후 도교육청 기지살에서 도내 학부모단체들이 시험지옥으로부터 아이들을구해야 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는 3일 오후 충북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전국 제일의 시험지옥인 충북에서 우리아이들을 구하자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학부모단체는 "현 정부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히 실시하고 지역별 경쟁을 붙이면서 학교현장의 정상적인 교육은 사라지고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한 전쟁터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은 시험 스트레스로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교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교육권이 유린된 채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더 이상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수 없어 파행교육을 조장하는 충북교육청은 개선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기용 교육감은 MB식 경쟁주의 교육을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학생들을 쥐어짜고 학교를 시험전쟁터로 만든 부끄러운 결과인 학업성취도 평가 최우수를 자신의 치적인양 자랑하기 바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학교 자율이란 미명아래 수수방관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며 "구시대의 유물인 장학컨설팅이란 말이 돌고 있다. 교육과정 개선이 없을 경우 정책공약과 뜻을 같이하는 교육감후보를 지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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