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지자체 단체장 모두 닮은꼴로 임기 못 채워
옥천 ‘수뢰’ 음성 ‘선거법’ 청원 ‘역점사업’ 사연 비슷

도내 지자체장들은 올 해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가장 큰 망신을 당한 것으로 기록 될 전망이다.

민선4기가 시작되자 마자 한창희 전 충주시장이 낙마했고 지난해에는 김재욱 청원군수에 이어 박수광 음성군수도 직을 잃었다.

▲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민선4기 한창희 전 충주시장, 김재욱 전 청원군수, 박수광 전 음성군수. 이들에 이어 한용택 옥천군수까지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23일 구속된 한용택 옥천군수도 재판이 임기가 끝나는 6월 말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낙마한 것이나 다름없어 12명의 시장·군수 중 4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당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이향래 보은군수도 건강 악화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았고 김호복 충주시장은 출입기자 등에게 향응을 제공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촌지에서 금품제공, 뇌물까지 

한창희 전 충주시장은 2005년 추석을 앞두고 출입기자 2명에게 촌지 2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취임 2개월 만인 2006년 9월 직을 잃었다. 한 시장은 2004년 당시 이시종 충주시장의 국회의원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특히 2006년 5.31지방선거 이전에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보란 듯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대법원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바람에 정치적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한 전 시장의 낙마는 선거법이 위력을 위감없이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으며 이 때문에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낙마한 김재욱 전 청원군수는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청주·청원 통합 반대에 발목이 잡힌 경우다. 청주시와 시민단체 등의 통합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 되자 김 전 군수는 2008년 9월 이장과 직능단체 관계자 등 주민 123명을 모집해 ‘알권리 충족을 위한 버스투어’라는 행사를 실했다.

김 전 군수는 버스투어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1156만원 상당의 교통편의와 숙박, 음식물 등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2심 모두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수광 전 음성군수는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24일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군수직을 잃었다.
박 전 군수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업무추진비로 군의원과 주민 등에게 39차례에 걸쳐 경조사 화환, 기념품 등 2200여 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군수 사건을 통해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단체장의 쌈짓돈이라며 사용처 공개와 폐지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업무추진비의 문제가 확인되기도 했다.
박 군수는 업무추진비를 직원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사실상의 돈세탁을 통해 현금화한 뒤 이를 타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같은 지역 단체장 혐의도 닮은 꼴

민선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단체장들이 지역별로 비슷한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군수에서 낙마한 고 변종석 전 군수와 김재욱 전 군수는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이 발단이 됐다. 김 전 군수가 청추·청원 통합 반대에 올인하다 낙마했다면 고 변 전 군수는 초청약수 스파텔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닮은 꼴로 통한다는 것.

변 전 군수는 2001년 관광호텔(스파텔)을 건립하면서 휴양콘도미니엄인 것처럼 광고해 회원을 모집하고 인사청탁과 함께 116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추징금 1160만원이 선고됐다.

음성군수에서 잇따라 낙마한 이건영·박수광 전 군수는 모두 금품을 제공, 선거법을 위반해 군수직을 상실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건영 전 군수는 2002년 3월 한나라당 음성군수 후보 경선대회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나눠주라며 측근에게 400만원을 건네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이에따라 그해 10월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박수광 군수가 당선됐고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박 전 군수도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낙마함으로서 자신이 군수가 되도록 길을 터 준 전임 군수의 전철을 밟았다.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한용택 옥천군수도 전임 유봉열 전 군수와 닮은 꼴이다. 유 전 군수는 지난 3004년 7월 옥천군청 A씨와 남편이 자서전을 500권(600만원) 구입한 것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600만원이 선고돼 낙마했다.

출입기자에게 향응 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김호복 충주시장도 촌지가 문제가 돼 낙마한 한창희 전 시장과 비슷한 경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금품을 준 음성군수들이나 무리하게 현안사업을 밀어붙인 청원군수, 인사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음성군수들 모두 어쩌면 그렇게 닮은꼴인지 놀랄 정도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비리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임기 못 채운 전직 단체장들 요즘은…
공식 활동 중단, 일부 낙마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민선4기 단체장으로 당선됐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전직 단체장들은 대부분 공식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창희 전 충주시장은 소속정당인 한나라당 활동은 물론 공식 외부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활발히 정치활동을 할 당시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에게 가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꾸준히 서울을 오가고 있으며 강남의 모 사무실에 자주 방문하는 등 정치와의 끈은 놓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재욱 전 청원군수는 군수직에서 물러난 직후 통합 반대 측 인사들을 꾸준히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렇다할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고향 후배(이종윤 후보)를 돕자니 당이 다르고 한나라당 후보(김병국)를 돕자니 통합에 대한 입장이 정반대라서 지방선거에도 얼굴을 내밀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박수광 전 군수는 물러난 뒤에도 괴문서 등으로 속앓이를 하는 것을 전해졌다. 특히 경찰이 괴문서 내용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 낙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인사는 “간간히 사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당분간 정치 등 공식활동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