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개점휴업 이벤트 업체 ‘벙어리 냉가슴’
추모정국에 제천벚꽃축제 ‘취소’ 음성품바축제 ‘연기’

“수십명의 젊은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 나 먹고사는 하소연을 어디에다 하겠냐.” 즐거운 일이 많아야 신명나는 이벤트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46명의 장병에 대한 장례식이 지난 25일부터 5일간 해군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영결식은 29일 열리고, 희생장병들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지난 3월 29일 천안함이 침몰된 지 꼭 한 달만이다. 천안함 침몰로 인한 추모정국은 영결식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예기치 못한 천안함 침몰에 이벤트 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마냥 추모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벤트업계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도내 40여 개 이벤트 업체들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 사진설명-도내 이벤트업계가 지속되는 악재로 인해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시작된 추모정국에서부터 신종플루, 천안함 침몰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 현장.
사라진 ‘봄’ 성수기
이벤트업계는 최악의 봄을 보내고 있다. 이벤트업계 성수기는 봄·가을이다. 4월초부터 6월초, 9월초부터 11월초까지 약 4개월간 행사의 70~80%가 집중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상반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하반기 축제도 대부분 취소됐다.

이벤트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던 악재는 천안함으로 이어졌고, 1년여 지속된 악재로 폐업하는 이벤트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한 이벤트업계 관계자는 “다음달에는 노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정국이 이어지고 곧 지방선거로 이어지면 올 상반기는 끝이다”라며 “도내에서도 20% 가까운 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침몰로 인해 이 기간동안 열린 대부분의 행사는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충북도에 따르면 제천벚꽃축제가 취소됐고, 음성품바축제도 6월로 연기됐다. 상반기에 열릴 예정인 지용제와 소백산 철쭉제는 아직 변동사항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 관계자는 “큰 지역축제는 대부분 가을에 계획돼 있어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작은 행사들의 개최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다. 강압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초자치단체들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행사를 강행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신종플루로 인해 청원생명쌀축제 등 대표적인 축제와 국제행사가 취소됐고,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인한 추모정국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백수이벤트 신백수 대표는 “21년간 행사를 진행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은 처음 경험한다”며 “하반기에라도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행사 70%이상 줄어
봄에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도내 이벤트시장 규모를 100억원대로 예상했다.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봄축제를 비롯해 기업행사, 교육관련행사, 동문체육대회 등 다양하게 열린다. 하지만 기업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미룰 수 없는 동문체육대회 등도 행사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동문체육대회의 경우 이벤트업체에 의뢰하는 규모가 평균 5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본적인 장비만 대여하고 조촐하게 진행해 200~300만원선을 책정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열린 청소년광장 준공식에서도 예정됐던 축하공연을 모두 취소됐고, 기본적인 준공식 절차만 진행됐다.

기업체들도 또한 기업이미지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협조공문을 받은 상황에서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다. 매년 봄에 이뤄지던 직원의 사기진작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일부업체에서는 직원단합대회 행사를 산행으로 전환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이벤트 전문MC 한상선 씨는 4월에 벚꽃축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축제가 취소됐다. 28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충남 아산 지역축제에도 초대받았었지만 수일전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씨는 “지난해까지 4월에 평균 40곳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12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계약을 체결했다 취소된 건이 10여건에 달한다”며 “통상적으로는 계약이 취소됐을 경우 통보시기에 따라 개런티의 일부를 위약금 형태로 받지만, 지금 분위기도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씨는 “취소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되는 행사는 대부분 개인행사나 동문행사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벤트업계 관계자는 “많은 행사가 취소됐고, 올해 들어서는 정부가 각 지자체에 축제예산을 15% 삭감해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라는 방침을 세워 이벤트업계에게는 힘든 1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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