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이 한국을 갈라"… "주류 언론의 침묵 놀랍다"

[미디어오늘] 뉴욕타임즈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소개하면서 "삼성에 관한 책 하나가 한국을 갈라놓고 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즈는 25일 "삼성은 한국에서 신성불가침의 회사면서 동시에 믿을 수 없는 회사로 취급된다"면서 "이 책의 출간 이후 대부분 신문과 웹 사이트들이 이 책의 광고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 신문은 이 책이 블로그와 트위터의 강력한 입소문 덕분에 베스트 셀러가 됐다고 보도하면서도 책 제목과 내용을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거 코미디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그들에게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사상 최대의 범죄 사건을 고발하고 있는데 그들은 나를 미치광이나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도 화가 나지만 소송을 제기해서 그를 다시 스타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When you see a pile of excrement, you avoid it not because you fear it but because it's dirty.)"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이건희 회장은 탈세와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특별 사면까지 받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면서 "언론과 사법당국은 면죄부를 줬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은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은 "김 변호사가 검찰을 전직 대통령처럼 죽은 권력에게는 무자비하면서 삼성처럼 죽지 않는 권력을 두려워하는 비굴한 기회주의자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그 가신들이 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책의 내용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즈는 "이 책은 12만부가 팔렸는데 이는 한국의 논픽션 부분에서는 놀랄만한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댓글에는 "삼성은 회사가 정부나 나라보다 커질수 있음을 허용할 때 벌어질 수 있는 한 사례"라면서 "미국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 대통령이 골드만삭스 CEO를 사면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내용이 달리기도 했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즈의 글로벌 판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사이트에 머리기사로 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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