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예상품판매관인지, 전통문화연구소인지 분명치 않아
시, 위탁운영자 공모…문화산업진흥재단과 청주대 신청서 내
“한국공예관 별도 사업비 책정 미비하고, 시는 관리유지

한국공예관의 새주인은 누가될까. 청주시는 한국공예관의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운영권을 두고 민간위탁업체를 공모에 부쳤다. 29일 최종응모결과 현재 운영권을 맡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유해철교수를 중심으로 한 청주대학교 두군데가 신청서를 낸 상태다.

응모 전날까지만 해도 서원대, 충청대, 공예협동조합등이 참여의지를 밝혔으나, 모두 ‘기권’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한국공예관 운영시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계산과 또한 공예전문가가 없는 자기한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는 12월이내에 학계 및 경제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10명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종위탁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태생부터 잘못됐다”

청주시는 2001년 9월, 27억을 투자해 운천동 병원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지하 1층 지상 5층의 복합전시관인 한국공예관을 개관했다. 1층에 공예상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샵과 2·3·4층에는 전시관, 영상시설 등이 갖춰져있다.

그러나 공예산업진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예관은 정작 원할한 소통이 이뤄져야 할 지역공예인들에는 찬밥대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도예가는 “처음에는 청주시가 공예인을 위한 건물이라는 간판을 내세웠고, 이에 당연히 찬성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공예관 운영을 보면 아직도 시도, 재단도 정확한 컨셉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역공예인들과 한국공예관 서로가 무관심하다고 보면 정답일 것이다. 역사성이 배제된 건물은 없어져도 청주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시공간을 봐도 그렇다. 3층 전시관에는 유리관을 씌어 놓아 꼭 공예박물관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공예관은 전체적으로 시설이 미비하고, 전시장이 특히 빈약하다는 여론이 다. 전시대관료가 일반 사설갤러리에 비해 4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고, 큐레이터가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공예작가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공간이 조악하다는 평이다. 또한 지하 1층이 아직까지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고, 수장고, 항온항습시설을 갖추지 않아 미술관등록도 신청서류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시설에 대한 문제점들이 그동안 여러번 제기돼 왔으나 공예관은 별다른 대처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역의 한 공예인은 “한국공예관이 만들어질때부터, 운영전반에 관해 시와 지역작가, 그리고 한국공예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만나 세미나를 연 적이 한번도 없다”며 안일한 행정처리와 지역공예인 홀대를 꼬집었다.

“공예관 운영자금 부족하다”

이번에 응모를 낸 청주대학교 유해철(공예디자인과)교수는 한국공예관의 운영전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1층 판매장의 쇼윈드화 ▲ 한국공예관 간판(야간 사인보드) ▲ 한국공예관 보털사이트 보충 ▲ 공예교실강화  ▲ 공예관전용도서관 ▲ 지하 1층 수장고, 항온시설 마련 ▲ 한국공예관 전용로그 등이다. 유교수는 “이 모든것이 예산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3년이 걸릴지 더 걸릴지도 장담못한다. 다만 지금 급선무는 미술관등록과 운영자금확보”라고 말했다.

청주시가 한국공예관에 쏟는 예산은 2002년 2억 2000만원, 2003년 2억 200만원, 그리고 2004년도 예산은 2억 7000만원을 세웠다. 예산의 50%인 1억 200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시설유지비와 공과금으로 지출된다. 실제 자체사업을 벌일 수 있는 사업비는 2002년 2200만원, 2003년도 500만원이 전부였다.

이는 2002년 공예교실이 운영됐으나 사업비 부족으로 강사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2003년도에는 몇몇강사들이 무료로 수업을 진행하는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2004년도에는 전시 500만원, 공예교실 720만원, 문화상품개발비 2000만원 등이 잡혀있기는 하나 언제 도의회에서 삭감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에 유교수는 “공예교실 신청자들에게 수강료를 받고, 또 지금의 4분의 1정도로 저렴한 대관료를 상향조정하여 투자비용을 잡는 것이 대안”이며 또 “1층의 아트샵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털사이트에서 사이버 판매가 실시돼야 한다. 지역작가 작품은 명품화 전략도 필요하고, 사실 문화상품은 전국적으로 열악한 상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예관의 인력구성은 지난해 4월에 생긴 전주전통공예관과 비교해봤을때 현저히 열악하다. 전주의 경우 1층 아트샵에 샵매니저가 따로 있고, 각 전시장마다 매니저가 있고, 관장과 사무국장, 또한 교육팀장 등 조직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략 16명이 포진해 있는 반면 한국공예관은 1층 아트샵 상품판매자 한사람과 큐레이터, 보털사이트 담당자, 행정업무 담당자가 전부다. 또한 큐레이터가 상품개발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직지넥타이 등 몇몇 상품이 히트를 치긴 했어도 여전히 문화상품개발 전문인력투입이 요원한 실정이다.

한국공예관 큐레이터 안승현씨는 “전주시는 공예관을 관광코스로 묶어 확실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청주시는 따로 사업비를 주지 않고 있다. 상품개발도 작가들이 먼저 완성품을 내놓으면 공예관이 구매를 하는 구조라서, 개발에 따른 선지원을 해주지 못해 작가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일년 평균 27회의 전시가 열리고, 1층 판매수입은 한달 600~700만원이지만 100원을 팔았다고 가정하면 작가에게 70원, 공예관에게 남은 30원 마저도 10원 정도가 부가가치세, 주민세, 법인세, 인건비등으로 나간다. 즉 100원을 팔면 약 5원정도가 순이익으로 잡힌다. 앞으로는 비율을 작가대 공예관이 6.5대 3.5로 잡아 자립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예관은 모든 정보의 보고가 돼야 한다. 숨어있는 공예작가의 촬영비디오를 꼼꼼히 수집하고 있고, 4층의 영상관에서 방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12월에는 사이버판매도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공예교실이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강사가 강의를 무료로 진행해 12월 16일에는 공예관 1기 수강생들이 ‘땀 &땡전도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 1층 전통차 카페운영 ▲ 2,3층 전시장 상설어린이 체험교실운영 ▲ 미술관 등록으로 인턴제, 자원봉사제 활용 ▲ 자문위원회 구성 ▲ 후원회, 맴버십제도 운영 등을 운영계획으로 내놓았다. 한편 공모를 낸 관계자들은 “재단이 위탁을 맡을 확률이 높지만, 운영전반에 관한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현상태 유지에만 그칠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비엔날레가 공예관의 부산물이 돼야 한다”
공예관을 보는 두가지 시각차는 바로 공예관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예상품백화젼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통문화 연구와 전문도서 배치 등 데이터베이스 구축등을 중심으로 한 ‘공예문화산업연구소’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또한 이 문제는 앞으로 공예관의 성격을 단정지을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유교수는 “정확히 따지면 국제공예비엔날레가 한국공예관의 부산물이 돼야 하는 것인데 청주는 지금 완전히 뒤바꿔있다. 문화산업이 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전관을 백화점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일궈온 공예토양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은 “한국공예관은 수익을 내는 기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처럼 누가 위탁을 맡든 간에 관과의 이러한 시각차 조율이 가장 큰 난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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