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뭐길래’ 선거 치를 때 마다 지역사회 후유증 반복
한나라당-민주당 공천불복 뒷얘기 무성, ‘낙천=무소속 출마’ 경선 무용론 등장

6.2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음성지역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유권자들은 물론 후보자들 모두 ‘망국적인 공천제’라는 쓴 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천과 관련해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공천장사를 했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만 남기고 공천을 모두 끝낸 상태고, 민주당은 도의회 제2선거구(금왕·대소·삼성·감곡·생극)만 남기고 모두 마쳤다. 자유선진당은 군수후보와 군의원 가선거구(음성·소이·원남·맹동)만 마쳤고, 민주노동당은 도의원 제1선거구(음성·소이·원남·맹동)와 군의원 가선거구에만 후보를 낸 상태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에서부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경선 무용론마저 등장하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가 공천심사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2006년 4기 선거 때와 비교해 한나라당 보다는 민주당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그만큼 예비후보자 등록이 많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 쪽보다 민주당 쪽에서 공천과 관련한 불협화음과 구태정치에서나 있었던 돈 관련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실패한 배심원제 ? 돈 봉투 제안까지
민주당이 지난 4일 야심차게 추진했던 군수선거후보 시민공천배심원 경선대회가 관심과 흥행을 높이겠다는 계획과는 반대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종 경선에서 예상과 다르게 크게 참패한 박희남(55) 음성군의회 의장 측과 이원배(69) 지구당고문 측은 사전에 내천(內薦)을 해놓고 모양새 갖추기를 위한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 의장 측은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경선제를 끝까지 반대했으나 정범구 의원의 수차례 설득으로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정 의원과 박 의장 측은 심각한 갈등 속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중앙당 쪽에서 박 의장을 직접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도당 공심위에서 심사를 마치고도 제2선거구 도의원 후보를 확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박 의장을 도의원 후보로 출마할 것을 설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박 의장 지지자들의 표심의 향방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공천 결과에 대한 불복과 뒷얘기는 군수후보에만 국한 된 게 아니다. 군의원과 도의원 예비후보자들로부터 들리는 얘기 중 하나가 돈 봉투문제다. 모 공심위원이 심사일을 앞두고 수 백만원 씩 돈 봉투를 담아 모 공심위원에게 전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예비후보자는 실행에 옮겼으나 사절 당했고, 또 다른 일부 예비후보자는 정중히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결과를 놓고 이들 중 일부는 돈 봉투의 효과(?)가 작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비해 예비후보 공천심사 접수비를 상당히 많이 받은 것에 대해서도 예비후보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이래저래 돈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말 뿐인 여성우대, 공천일정도 몰라
한나라당의 기초의원 가선거구(음성.소이.원남.맹동)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당한 최임순 전 음성군의원(58?비례대표)은 13일, 음성군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충북도당은 지역방송 TV토론회 등을 통해 여성정치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성 우선공천’, ‘여성후보 번호 우선배정’ 등을 약속 했지만 결과는 토사구팽 이었다”며 “음성군 최초로 여성 정치인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인데 현역인 나를 배제하고, 민주당과 달리 3석 중에서 2명만 추천하면서 까지 배제 한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을 배려하려고 했으나 여론조사에서 너무 저조하게 나와 2명만 공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군수후보자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기동(51)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여론조사 이외에 공천심사에서 참조할 항목을 당협위원장이 지적한 방식대로 공문으로 통지하였으나 심사에 반영됐는지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공천심사 일정이나 공천결과에 대해서도 당에서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알려주거나 책임 있는 사람이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각 정당에 공천신청을 한 예비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공천일정표를 당에서 알려준바 없고 하루 이틀 전에 이런 저런 행사가 있으니 몇 시까지 도당에 나와라, 내일 몇 시까지 행사장에 모여라 등의 문자 연락이 공식적인 통보라는 것이다.

연락을 받은 예비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을 찾아 나서야 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출석체크를 위해 문자메시지에 따라야 한다고 불만이 극에 달했다. 공천을 앞두고 밉게 보이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에 도당이나 행사장이 열리는 청주를 다녀오면 반나절 이상 허비하게 된다는 불평이다.

자유선진당이냐 무소속이냐
한편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은 군의원 도의원 예비후보자들은 자유선진당에 의해 러브콜을 받고,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고 밝힌 익명을 요구한 일부 예비후보자들은 “다수의 후보자들 속에서 후순위 기호를 받는 것은 1인8표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충청권을 대변한다는 자유선진당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할 지 무소속을 선택해 선거후 입당을 하는 것이 유리할 지 고민이 크다”고 심경을 털어 놨다.

이들은 물밑에서 세를 규합해 ‘입당 공동기자회견’이나 ‘무소속연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공천결과에 대한 불공정성을 표출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향후 표심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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