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빗나간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원 승진 등과 관련,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용택 옥천군수가 20일 경찰에 소환된데 이어 김호복 충주시장이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사법당국의 칼끝이 도내 기초단체장을 향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현직 단체장들이 잇따라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앞으로 수사결과 따라 지방선거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이 김호복 충주시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혐의를 포착, 본격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시장이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일식집과 유흥업소에서 지인 5명에게 100여만원 상당의 술과 음식을 제공한 혐의를 잡고, 이 자리에 참석한 모 일간지 기자 ㄱ(54)씨를 19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ㄱ씨를 상대로 술자리의 성격과 참석 경위, 구정을 앞두고 김 시장으로부터 홍보기사 부탁과 함께 촌지를 받은 사실 등에 대해 캐물었다.

ㄱ씨는 검찰조사에서 “김 시장과 서울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이날 오후 7시께 일식집에서 식사한 뒤 노래방과 유흥음식점(110만원)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는 등 접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2월 충주시장실에서 하나미소금융재단 충주지점 개소식과 관련 홍보기사 부탁과 함께 구정 떡값 명목으로 5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ㄴ(48)씨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지인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김 시장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보은군 탄부면 골프장 공사와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보은군수에 대해 청주지검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골프장 조성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군수의 내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사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옥천군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한 군수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40분 정도 이른 오전 9시 50분께 충북지방경찰청에 도착, 광역수사대 진술녹화실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충북경찰청은 이날 한 군수를 상대로 사무관 승진이나 청원경찰 채용 등에 대한 청탁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 등 주요 의혹의 사실관계를 캐물었다. 또 차명계좌에 예치된 돈의 성격과 사용처,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수는 경찰조사에서 “일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는 돈이고 대부분은 가족 1명이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밝혀진 차명계좌 이외에 다른 계좌가 더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범죄 소명과 증거 중 부족하거나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추가 소환이나 관련자 대질심문 등을 통해 보강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 군수가 현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날 소환조사 후 귀가시켰으며 앞으로 수사과정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등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처럼 도내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수사가 잇따르면서 앞으로의 수사결과에 따라 이들의 중도 하차 가능성 등에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2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직 단체장의 출마와 공천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지역 정가의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수사를 받고 있는 기초단체장의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사법기관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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