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증·영수증 미비, 일부 직원 격려금 돈세탁 의혹
전공노 “일반 예산으로 편성해 투명성 확보 해야”

전국공무원노조충북본부(본부장 이규찬·이하 전공노)는 충북도와 도내 시군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단체장의 쌈짓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고 각 실과별로 숨은 업무추진비도 많은 데다 규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사용된 경우가 부지기라는 것이다.

전공노는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충북도와 도내 시군의 업무추진비 지출부 및 지출증빙서 사본을 확보, 분석한 뒤 집행규정 위반과 부당하게 사용된 금액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지헌성 전공노 사무처장은 “업무추진비가 단일 항목으로 특정돼 있지 않아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고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제출된 자료 중에 규정을 위반해 사용된 수십 건의 사례를 확인해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 전공노는 충북도와 도내 시군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단체장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결론을 내리고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금 집행, 의혹 투성이

전공노가 제기한 업무추진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금 집행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사용내역이 불명확한 금액이 지자체 별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주시의 경우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현금으로 집행된 업무추진비 98건 4560만원의 사용내역이 불명확했으며 40건 2800만원은 지급대상이나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았다. 충주시는 1790만원, 괴산군 3037만5000원, 보은 380만원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불명확하며 영동군이 공개한 자료 중에는 업무추진비 3490만원을 군수가 수령한 것으로만 돼 있을 뿐 집행 내역 등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다.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물품의 영수증이나 제공대상과 수령증이 미비한 경우는 훨씬 많았다.
청주시가 시장 업무추진비 1억2291만3000원을 들여 구매한 시정홍보 물품은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충주시도 3800여만원 어치의 홍보물품 제공 대상과 수령증이 없었다. 보은 3000만원, 옥천 2400만원을 비롯해 영동군도 4000만원 어치의 홍보용 물품 수령증이 첨부돼 있지 않았다.

영동군은 또 홍보용 물품 3600여만원 어치를 행정기관과 상급단체에 제공해 업무추진비 취지를 무색케 했다.

전공노는 특히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로 출입기자 등 언론관계자들에게 현금이나 물품을 전달한 사례도 여러 건 확인했다.

옥천군이 언론 관계자에게 465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가하면 영동군은 326만4000원어치의 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격려금, 실제 지급됐을까

영수증이나 물품 제공대상, 수령증이 미비하다는 것 외에도 단체장 업무와 관련된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격려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노 관계자는 “미화원이나 청원경찰 등 현장 근무가가 아닌 상근직원에게는 각종 평가 입상이나 비상근무 격려를 제외하면 현금을 지급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기적으로 지급해 온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2년 동안 청주시는 비서실 직원 등에게 21건에 1650만원의 격려금을 업무추진비에서 지급했고 옥천군은 경리담당 직원 등에게 무려 182건에 5700만원이나 집행했다. 영동군은 기획실과 자치행정과 직원 등에 41건 1785만원, 보은군은 1490만원, 청원군과 증평군도 각각 290만원과 260만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2006년 하반기와 2008년 상반기 1년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한 괴산군도 비서실과 자치행정과 직원에게 11차례 369만원의 격려금을 집행했다.

특히 전공노는 직원들에게 지급했다는 현찰 격려금이 실제 전달됐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시장이나 군수가 직원들에게 고생한다며 현금을 전달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상당수 지자체가 거의 정기적으로 비서실이나 행정업무 담당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는데 당사자들에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격려금중 상당부분이 서류상으로만 집행된 것처럼 꾸미고 단체장들이 임의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전체 직원들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비서실이나 행정담당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격려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단체장은 공문서 위조와 업무상 배임, 횡령, 공금유용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한편 충북도와 옥천·진천군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자료가 매우 부실해 지자체들이 매우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숨겨 놓은 업무추진비도 적지 않을 것”
전공노, 단체장 선거 출마자에 질의 계획

전공노 측은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 반환을 요구하면서도 금액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그 규모가 확인된 것 보다 훨씬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것은 자치행정과 등에 책정한 공식적인 단체장 업무추진비일 것이다. 이것 말고도 실과별로 시책업무추진비 등의 이름으로 책정돼 있는데 이 또한 단체장이 사용하거나 최소한 단체장 감독 하에 집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과 시책업무추진비를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이같은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업무추진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업무추진비를 없애는 대신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일반 예산 항목으로 책정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홍보물품 등은 일반 예산으로 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간담회나 접대비 등도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다만 민간단체 격려금 등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금일봉의 잔재인 만큼 금지하거나 사업 지원금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노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단체장 후보들에게 업무추진비의 폐지 여부, 또는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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