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서·영양·상담·특수교사 등 별도공간 근무 적정평가 어려워
학교장 재량 따라 평가항목도 '들쭉날쭉'… 상대평가 등 도입 시급

▲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지난달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원평가 소외받는 전문교과목 교원>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은 보건, 사서, 영양, 상담, 특수교사 등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들 교원의 경우 교무실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사실상 제대로 된 교원간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들 도내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들에 따르면 평가항목에 담임을 맡았는가 여부와 수업시수가 들어가면서 처음부터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은 처음부터 담임을 맡을 수 없는 입장이고 중학교의 경우 연간 평균 20∼24시간 이상을 수업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채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건교사는 지난 2008년 말 학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초등학교는 연간 34시간 이상, 중·고교는 17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수업 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이들 학교생활 실태조사와 건강관리를 하다 보면 평균 10시간 안팎을 채우기도 버겁다는 설명이다. 즉 상황이 이렇자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의 평가는 항시 C등급을 면하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도내 한 보건교사는 지난 2005년 선도학교라는 명칭으로 교원평가가 시범 운영된 이래로 교원 평가에서 매년 C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서 고생한 점을 인정받아 처음으로 A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들의 불만이 전해지자 일부 학교에선 학교장 재량으로 평가항목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는 일반교사 평가항목을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에게 똑같이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교원들 사이에 터져 나오고 있다. 도내 일선학교 한 보건교사는 "소방관이 한 달 동안 불이 나자 않아 대기하고 있었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냐"며 "일반교사들에 비해 보건교사들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교육청, "홍보부족에 따른 교사 오인"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홍보부족에 따른 일선교사들의 이해부족을 꼬집었다. 먼저 교원평가는 지난 2005년 선도학교라는 명칭으로 도내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난해 189개 초·중·고교에서 시행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교원에 대한 평가는 성과급 평가, 근무평정, 교원평가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즉 성과급 평가는 말 그대로 성과급 등 수당을 지급할 때에 크게 A-B-C 3등급으로 구분된다는 것. 또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근무평정 이외에 교원평가는 말 그대로 교원으로서 부족한 면을 평가 받기 위한 수평식 평가를 말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원이 평가 지표별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이는 측면에 대해 교원연수(교육)를 통해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충북도교육청 홍석중 장학사는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교원평가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교원들이 헷갈려 하는 것 같다"며 "평가지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달리 적용하도록 지침을 내려 보낸 상황이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일반 교사는 18개, 특수교사는 17개, 보건교사는 10개, 사서나 상담교사는 10개 안팎의 평가 지표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일선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필요한 문항을 달리 적용하기 때문에 유·불리 개념을 적용하는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교육청 나름대로 표준 매뉴얼을 개발해 11개 시·군 교육청에 내려 보내면서 지역 여건에 따라 관련 문항을 적용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동료교원평가와 학생 만족도 조사 등을 참조해 교원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 연수 몇 번이면 사표 쓰란 얘기"
실제 도교육청이 제시한 교원평가 매뉴얼은 교원의 교육과정 이해 및 수업 태도, 학습 자료의 활용 및 평가결과 활용 등 12개 문항과 동료 교사 간 개인문제 파악 및 창의·인성 지도, 적성 및 기본생활 지도, 학교생활 적응 지도 등 6개 항목을 예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교원에 대한 학생 만족도 조사 20개 문항도 첨부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선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원들은 "교육여건과 실정에 따라 평가지표를 달리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교과목 교사들과 똑같이 적용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6개월씩 몇 년 간 연수를 다녀오면 사실상 승진인사에 뒤처져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 홍석중 장학사는 "교원평가 결과는 본인만 알게 된다"며 "교사도 부족한 면이 있으면 채워야 한다. 승진인사에 적용하는 평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교원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생 지도를 하면서 부족한 면을 스스로 보완해 나가기 위한 평가다"라고 전했다.

또 "비교수 전문교과목 교사들이 일반교과목 교사들에 비해 편한 것은 사실이다"며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고생한 보건 교사들에게 일선학교 교장들이 재량범위 내에서 좋은 점수를 준 것도 교육여건을 고려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일선 교사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상담교사는 "교원평가는 1등부터 꼴찌까지 학교 홈페이지 알림마당에 공개될 정도로 교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평가다"라며 "교사도 사람인 이상 부족한 면을 보완해 나가기 위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공개 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평가는 교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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