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11월 24일 오후 옥천군 옥천읍 <옥천신문사>에서 전국의 지역신문 관계자 10여명이 모여 작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장호순교수(45)는 ‘정치개혁과 풀뿌리 언론의 역할’이란 제목의 발제를 맡았다.

장교수는 지역신문의 ‘전도사’ 내지는 ‘파수꾼’으로 통한다. 시·군 주간신문을 일컫는 지역신문을 ‘풀뿌리 언론’으로 부르며 그 당위성과 활로를 연구해온 ‘드문’ 언론학자다. 최근에는 지역신문(지방언론)을 중앙정부 기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일간신문이나 공중파방송 관련 연구성과를 내놓는다면 그럴듯한(?) 용역 프로젝트를 받을 수도 있을텐데, 힘없고 가난한 지역신문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역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국언론이라야 인정을 받고, 지역언론은 언론이 아닌 것처럼 부당한 대우를 하는 곳은 한국 이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 학위공부를 할 때도 지역언론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언론학자로써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장교수는 순천향대 재직전 한국언론재단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도 지역언론, 지역신문이라는 ‘화두’에 매달렸다는 것. 대학 강단에 선 지금도 전국을 돌며 지역언론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지속적인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의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불균형이다. 중앙언론에 대해서 정부는 음성적인 지원책을 쓰고 관치금융을 통해 보호막을 쳐주었다. 신문의 경우 우리와 언론환경이 비슷한 일본만 해도 전국지와 지역지의 발행부수가 61:39 정도이며 프랑스와 독일은 지역지가 각각 75%, 9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국지가 90%의 시장을 갖고 나머지 10%를 지역지가 나눠갖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전국지의 자구능력을 떨어뜨렸고 지역지의 자립경영 기반을 빼앗아 편집권 독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자립가능 중앙지 2개 불과’
장교수는 금융권 보호막이 걷힌다면 ‘당장 문닫아야 할 전국 일간지가 서너개는 되고 향후 자립가능한 신문도 2개 정도밖에 안된다’고 단언했다. 특히 인터넷과 무가지 등장으로 신문매체의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위기의 신문산업이 난관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기업 논리를 적용해 시장합리화를 꾀한다면 한국 신문은 여전히 성장하고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적자가 누적된 신문은 문을 닫고, 논조가 비슷한 신문들은 합병을 하고, 일부 중앙일간지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비해 충청권으로 근거지를 옮긴다면 아직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지역지의 경우 기본적인 양질의 인력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입법을 통해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은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지방언론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과 조건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두 법안 모두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안은 지역의 주간지(지역신문)까지 포함해 232개의 신문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법안은 지원 대상 신문사를 지방 일간지 형태의 70여개로 한정하고 있다.

지역신문 지원 논란에 대해 순천향대 장교수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지역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지역신문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신문은 재정난 때문에 오히려 지자체와 유착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법으로 정한 뒤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교수와 지역언론개혁연대가 제시한 기준은 △광고 비중이 전체 지면의 50% 이하로 △지배주주와 대표가 언론사 운영과 관련해 벌금·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고 △노사 동수가 제정한 편집규약을 시행하는 주간지와 일간지로 규정했다.

지역신문 인력교육 지원책이 시급
하지만 지원방식이 시설투자, 운영자금쪽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장교수의 지론이다. “앞서 지적대로 중앙 일간지의 상당수가 이런 식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역지는 우선 양질의 인력공급을 통해 양질의 상품을 생산해야만 이후 건강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 따라서 인력 교육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언개련이 지적한 소외계층의 지역신문 구독지원도 바람직한 간접지원 방식이 될 수 있다”

장교수는 지역신문이 경쟁력 우위를 가지려면 ‘지역적 거젼을 살려야 하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총선거에서 차별성을 드러내야 하고 지방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지역신문이 선거때만 정치인들을 반짝 조명하고 선거가 끝나면 중앙언론에 맡겨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앙지는 당 지도부나 명망있는 중진의원들에게 초점을 맞춰 보도하게 된다. 지역신문은 지역구 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홍보성 자료를 위주로 기사를 만드는 경향이 높다. 돈선거는 결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지역신문이 입후보자들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돈쓸 필요도 없고 돈써도 안되는 선거를 만들 수 있다”

이날 ‘정치개혁과 풀뿌리 언론의 역할’에 대한 간담회 참석자들은 장교수의 발제에 공감하고 지역신문이 연대해 국회에 대표기자를 파견하는 방안까지 심도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장교수는 간담회에서 지역신문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부안사태가 저토록 악화된 데는 지역신문다운 신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민심 동향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정확하게 짚어줬다면 정부의 대처방식이 달라졌을 것이다. 생색내기식의 지역신문 모임으로는 현실을 타개하기 힘들다. 언론의 건강성을 기반으로 지역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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