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경제사회부 기자

‘국민체조〜 시〜작’ 30대 후반의 나이라면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 2〜3교시가 끝나면 어김없이 학교 운동장에 나가 우렁찬 구령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전신운동을 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명 중간놀이 시간이라 불리던 이 시간의 대명사는 바로 국민체조였다. 지금은 ‘새천년 건강체조’에 이어 ‘국민 건강 체조’란 이름으로 바뀌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놀이 시간에 어김없이 전 학년이 학교운동장에 모여 같은 동작을 따라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학교장 재량에 맡겨 지면서 각 학교는 아이들 건강보다는 학력신장이나 고입연합고사를 대비하느라 중간놀이 시간의 국민체조를 챙길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학원을 찾고 운동은 늘 뒷전이기 일쑤다. 아마도 학교, 학생 서열화가 낳은 세태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사방치기, 비석치기, 오징어 보,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 전래놀이는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밤을 새우며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으면서 소아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어울려 노는 사회성 교육보다는 자기중심적 성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학원 가느라 바빠 놀 시간이 없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들의 활력소가 됐던 중간놀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충북교육청은 올해 800여만 원을 들여 체지방 검사 등을 통해 맞춤식 급식까지 할 수 있는 진단기와 건강정보를 일선학교에 제공할 예정이다.

또 ‘7560 운동’도 펼치고 있다. 일주일에 5번 60분씩 운동을 하자는 ‘7560운동’은 외형적으로는 놀랄 정도로 성장을 했지만 체력은 40〜50대 수준인 아이들 건강을 염려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청주 모충초등학교는 매일아침 학교 수업 전에 20분씩 건강 달리기 시간을 갖고 있다. 줄넘기에서 달리기까지. 아이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학력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건강보다는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는 전언이다. 밤늦도록 불 밝히는 고등학교 전경이 이제 중학교에서도 연출되게 생겼다. 바로 고입연합고사와 학업성취도 평가 등이 낳은 진풍경이다.

획일화 교육이 낳은 부작용을 고쳐 보겠다고 시작된 창의력 인성교육은 어디로 갔는지.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만큼 이제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간놀이 시간을 부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구령에 맞춰 몸을 풀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공부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범 국민적인 중간놀이 시간의 부활과 국민체조의 의무화를 통해서라도 건강을 챙겨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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