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생생활기록부 기재사항 지침 논란

‘올림픽 금메달을 따도 기록하지 마.’ 교육과학기술부가 올림픽이나 전국소년체전, 기능경기대회 등에서 거둔 학생들의 성적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지침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9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초·중·고교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거나 기재할 수 없는 수상 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지침을 최근 확정했다. 지침은 선행상·효행상·모범상·봉사상 등은 기재할 수 있도록 한 반면에 올림피아드와 같은 경시대회와 올림픽·전국체전·소년체전·기능경기대회 등의 성적은 기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초·중·고교생들은 앞으로 논술·문예백일장이나 웅변대회, 수학·과학·정보 올림피아드·경진대회, 발명대회, 콩쿠르·국전 등에서 상을 타더라도 생활기록부에 이런 기록을 전혀 남길 수 없게 됐다.

교과부는 이런 지침을 정한 배경에 대해 ‘고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체제 개선 방안’에 따라 사교육을 유발하는 입학전형 요소를 학생부에 아예 적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과목과 관련된 교외(校外) 수상 경력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면 사설학원의 경시대회 주최 등으로 인한 사교육비 상승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침이 설명회 등을 통해 일선학교까지 전파되자 지역 교육계 일각에선 “학생들의 성취 동기를 꺾는 위험한 조치”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청주시내 고교 교장 A씨는 “전국체전에 출전해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이라도 수상 실적을 기재할 수 없게 되면, 봉사상이나 모범상을 탄 수험생보다 대입전형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분야와 달리 공교육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체육·기능 교육을 사교육의 범주에 포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계고교 교사 B씨는 “사설학원이 주최하는 경시대회의 성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엔 찬동하지만 기능올림픽 수상 실적까지 ‘스펙’에 넣지 못하도록 한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며 “사교육 잡으려다 실업계고교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꺾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체육대회 수상 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배경 등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어떤 상은 기재토록 하고 어느 상은 금지할 경우 학교 현장의 혼란이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교과와 관련한 상은 모두 기재하지 못하도록 통일한 것”이라며 “체육대회 성적도 (체육)교과와 관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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