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자치단체장, 예비후보 등록해도 사퇴 안해···업무정지만
“단체장 공약 공무원들이 만들어주고, 홍보자료 수시로 돌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이들은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시·군순방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시시각각 얼굴을 보인다.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 만한 일은 별로 없다. 그런가하면 요즘 행정기관에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 관행’이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또한 현직들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중 하나다. 마산에서는 한 후보가 현직시장 공직사퇴 면제는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직 단체장의 프리미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지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직 자치단체장들의 프리미엄에 대해 취재했다.

선거에 출마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린다. 이들은 따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도 얼굴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지 않는다. 사진은 청소년광장 준공식 때 남상우 시장이 참석자들을 향해 절하는 모습.

충청북도와 도내 12개 시·군 자치단체장 중 이번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엄태영 제천시장이 유일하다. 다만 청원군수와 음성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부군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출마하는 단체장은 정우택 지사와 9개 기초지자체 장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단체장은 한 명도 없다. 모두 현직을 가지고 있다. 단체장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바로 업무가 정지된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공천 가능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오는 12일 전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한다는 계획이나 날짜는 못박지 않았다. 단체장들은 사실 임기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한다. 각종 기공식·준공식·선포식·기념식 등에서 자연스레 주민과 만나면서 얼굴을 알릴 수 있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직들은 아예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거나 일반인들보다 늦게 하는 추세다. 굳이 등록을 하지 않아도 후보라는 사실을 다 알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게 낫다는 것. 그러나 일반인들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예비후보로 활동하는 방법밖에 없어 공천이 불안해도 일단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본다.

참고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간판·현판·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고, 후보자 본인과 기타 지정된 사람이 명함을 배부할 수 있으며 문자메시지·전화·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길거리 유세는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불허하고 있다.

남상우 시장과 이범우 후보의 차이
지난 1일 청주시내 차없는 거리에서는 청소년광장 준공식을 가졌다. 장대비가 쏟아졌음에도 약 5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남상우 시장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범우 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는 멀찍이 서서 일부 참석자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남 시장은 마이크를 잡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지만 이 후보는 그럴 수 없다. 선거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현직 단체장과 예비후보의 ‘위치’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통합 창원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전수식 전 마산시 부시장은 지난 3월 17일 “현직시장 공직사퇴 면제는 위헌이다. 현직단체장에게 공직사퇴를 면하게 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공무원 중에서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 출마하는 경우는 지난 3월 4일 전에 사퇴했다. 그러나 현직 단체장이 단체장 그대로 출마할 때는 사퇴할 필요가 없다. 단지 오는 5월 13~14일 후보자등록 후에 업무가 정지될 뿐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6월 3일에는 업무가 재개돼 민선4기 임기만료인 6월 30일까지 단체장직을 수행하도록 돼있다.

전 부시장의 헌법소원 청구는 이런 점에서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에 청주시의원으로 출마 예정인 모 씨는 “일반인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선거운동을 해보면 현직과 현직이 아닌 사람들이 얼마나 차별대우를 받는지 알 수 있다.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얼굴이 알려져 있는데다 자연스레 행사장에 참석해 업무를 수행하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행사 일정을 알기도 쉽지 않고, 알았다고 해도 누가 소개해줄 때를 바라는 처지가 된다. 어쨌든 현직을 이기고 넘어서려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현직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 후보는 현직 단체장들의 프리미엄에 대해 “단체장이 공약으로 제시하는 정책들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공무원들이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능력없는 단체장은 부하 직원들에 기대 출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시 단체장의 핵심 참모 역할은 눈부시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예산 조기집행으로 인한 선심행정도 현직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위기 때문에 예산 조기집행을 했지만, 올해는 선거 때문에 조기집행을 한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심심찮게 발견되는 과대포장 보도
현직 단체장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가장 기대는 곳은 공무원조직이다. 공조직은 평소에도 수많은 홍보자료를 쏟아내지만, 올 들어서는 부쩍 많아졌다. 모 공무원은 “각 부서마다 홍보자료를 만들어 내라는 상부 지시가 날마다 내려온다. 그렇다보니 말도 안되는 내용을 포장해 억지로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인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청주시는 지난 3월 1일자 시민신문 1면에 ‘청주·청원의 꿈, 2년만의 대결실···’ ‘수도권전철, 청주공항까지 연장’이라는 기사를 대서특필해 ‘아전인수식 과대포장 기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지역의 최대 숙원이자 지역경기 활성화 키워드가 되고, 대변혁을 가져올 수도권 전철 청주연장사업이 처음 건의한지 2년 23일만에 기나긴 산통 끝에 옥동자가 탄생됐다”며 “이제는 수도권 전철이 청주공항까지 연장, 운행될 날도 멀지 않아 청주시가 중부권의 핵심도시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한껏 자랑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토해양부 계획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을 뿐이며, 확정되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수도권 전철 연장사업을 처음 건의한 것도 청주시가 아니다. 지역에는 이미 남상우 시장 취임 이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여론화됐고 이를 위해 힘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외 각 지자체는 정책이 아닌 단체장 개인에 국한된 생색내기용 보도자료를 요즘 자주 배포해 선거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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