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충북도 인사에서 역대 최연소(52세)로 정무부지사에 오른 한범덕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중엔 물론 "너무 빨리 크는게 아냐"도 있었다.  그가 3년전 행자부에서 충북도로 전출돼 마땅한(?)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변방인 바이오엑스포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을 때만 해도 이런 '고속발탁'은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말없이 자기 일을 수행했고,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올랐다.

 말이 최연소이지 전국적으론 이미 40대 정무부지사가 많았다. 다만 외부영입이 아닌 행정고시 출신의 정통관료가 50대 초반에 임명직의 정점인 부지사에 오른 점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지사는 사람을 잘 봤다.  편견이 아니라 주변의 보편적 시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범덕만큼  까탈스러운 기자들한테까지 호평을 받는 청내 공무원도 드물다. 그렇다고 그가 밥을 잘사고 술을 잘 사는 건 절대 아니다. 당장 나만해도 지난 1년여간 그와 사석을 같이 한 기억이 없다. 그는 오직 일로 평가받았고, 어찌보면 재미없는 사람이다.

 지난해 그는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주말에 서울 집에 들렀다가  다음날 새벽 중부고속도로로 내쳐 달려 오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시 정황을 듣다보면, 시쳇말로 최하 중상이었어야 정상인데도 그는 얼마간의 입원을 거쳐 수십바늘을 꿰맨 이마에 자랑스럽게 반창고를 붙이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 때는 바이오엑스포 행사준비 때문에 조직위가 소위 비상시국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가 던진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에이구 복도 없지, 천생 일할 팔자인가벼. 다치려면 확 다치던지...."  그때 그는 부모님을 함께 모시는 서울의 17평 아파트와 청주 사이를 가뭄에 콩나듯 낡아빠진 르망승용차로 오르내렸다.  그만한 직급에  17평 아파트와 르망이라...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공직자로서 옹색한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잘못 했다간 정말 주변머리 없다는 핀잔만 들을게 뻔하다.    

 미안한 얘기이지만 이번 인사로 이지사는 할일이 없게 됐다.  행정부지사 김영호, 정무부지사 한범덕, 기획관리실장 이종배, 이들은 벌써 '마의 삼각편대'로 불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앙부처를 거친 충북 인맥중 최근에 가장 인정을 받던 세명이 모조리 이지사의 참모로 책봉된 것이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세사람 모두 업무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자칫 싸우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 이지사의 조정역할이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어쨌는 충북도정의 내치는 이젠 이들에게 전담시켜도 좋을 듯싶다. 하나같이 나이가 젊다보니(40대 후반, 50대초반) 이지사와 남은 임기를 끝까지 함께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지사의 몫은 외치다. 여유와 느긋한 심정으로 앞으로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그렇다고 골프장으로 달려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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