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근 충청북도 문화관광환경국장

“오셔유! 즐겨유!” 2010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대충청방문의 해’다. ‘대충청’이란 충청광역권을 의미하는 말로 대전·충남·북을 통칭하는 신조어다. 문체부가 지원하는 ‘방문의 해’ 사업과 관련해 그야말로 충청도가 뭉쳐서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올 들어 거창한 선포식이나 결의대회가 무수히 개최됐지만 1분기가 지난 현재, 관광충북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궁금한 상황에서 이장근 충청북도 문화관광환경국장을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오리골(222-0052)’에서 만났다.

콩알이 씹히는 정갈한 청국장에다 오리훈제를 가볍게 곁들인 것이 이집의 거한 점심 한상이다. 색감도 좋고 식감도 그만인 복분자묵무침과 새콤한 냉이무침이 까칠한 봄 입맛을 자극했다. 더불어 민예총 서예분과에서 활동 중인 집주인 박수훈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오리골에서 눈이 누리는 호사라 할 수 있다. 병풍과 전각 등 공을 들인 작품 외에 메뉴판, 금연안내에서도 붓끝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국장은 “대충청방문의 해는 집행하는 입장일 뿐이다. 기획이 짜임새 있게 잘됐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충북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내년 이후에도 우리 도를 꾸준히 방문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충북은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부족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더 캐물었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인프라라고 해서 민자 등 거대자본을 유치해 거창하게 무엇을 짓자는 게 아니다. 민간자본은 적은 투자로 최대의 (경제적)효과를 노리는 게 속성 아니냐. 솔직히 안 되는 것 갖고 자꾸 얘기해 봤자 결과는 없다. 자연자원에 약간의 인공을 가미해 우리만의 것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도 얘기가 추상적이다. 우리만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이 국장은 “예를 들어 남한강 물길을 이어 배를 띄우는 것이다. 충주 목계에서 보조댐까지 다시 충주댐을 타고 단양 수중보, 도담삼봉까지 리버크루즈(river-cruise·강 유람선)를 운항할 수 있지 않겠나. 배 또는 중간기착지에서 숙박을 하고 중간중간 관광도 하고 장터에도 들리는 등 얼마든지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듣자하니 댐이나 보를 넘기 위해 리프트로 배를 들어올려야 하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와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이다. 이 국장은 그러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답사했던 독일 라인강에서 마인강, 다뉴브강을 거쳐 흑해에 이르는 리버크루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향도 충주 목계나루 인근 소태면 양산리이고 해양경찰로 근무하면서 경비정을 타고 바다생활을 했다고 하니 이 모든 것이 이 국장의 상상력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독일 로렐라이언덕도 그냥 강가에 있는 평범한 언덕이다. 그러나 하이네의 시(詩)와 전설이 이곳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목계에도 충주출신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라는 시가 있다. 우리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명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도선사 신도 5000명이 버스 100여대를 타고 10월 보은 대추축제기간에 법주사를 방문한다….”는 이 국장의 귀띔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올 ‘방문의 해’에 가장 큰 가시적 성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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