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불법 산림 훼손 이후 개체 수 급감
농약사용 금지·먹이 방사 등 민관합동 복원 노력 절실

진천군의 유일한 천연기념물(제13호)인 이월면 노원리 노곡마을의 왜가리서식지를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왜가리번식지 소나무, 잡목 등 수백 여 그루가 잘려나가는 등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 크게 훼손됐었다. 진천군은 그 시기 토지 소유주가 나무를 무단 벌목한 것을 확인하고도 주의만 주고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불법 산림훼손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 진천군 이월면 노원마을 왜가리서식지에 왜가리는 보이지 않고 불법훼손된 흔적만이 남아있다.
그로 인해 번식기를 맞은 왜가리들의 서식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면서 상당수의 왜가리 둥지가 파손돼 갓 태어난 왜가리 새끼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 후 개체수가 100여 마리에서 현재 30여 마리로 줄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불법 벌목 사건 후 진천군은 번식지가 추가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비를 확보하는 등 보호대책을 추진해 문화재청 예산 8억4000만원과 도비, 군비를 각각 1억8000만원씩 확보해 왜가리번식지 보호사업에 12억원을 3년여 간 투입 해 우수 배수로와 소나무 식재 등 정비 작업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 말에 따르면 서식지에는 현재 30여 마리가 있다고 한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2~3마리만이 산 숲 위쪽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이었다. 한 마을 주민은 “4년 전 벌목 때 보다 두 배 이상 수가 줄었다”고 주장하고 “큰 나무들이 없어서 많이 줄었고 남은 왜가리들도 자꾸 산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주민은 “마을 앞에 자꾸 공장이 들어서면서 개울가에 먹을 것이 없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문화재청 관계자는 “왜가리 개체수가 줄기는 쉽지만 늘어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며 “마을주민들과 진천군이 힘을 합쳐 친환경 농법과 먹이 방사 등의 노력을 하면 회복이 빠를 것”이라는 방법을 제시하며 강원도 횡성의 압곡리 서식지 예를 들어 주었다.

보도에 의하면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마을은 현대화의 물결과 농약 과다 사용 등으로 환경이 훼손되면서 2005년 들어서 백로와 왜가리가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몇 년 간 주민들의 노력에 의해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서식지 복원에 힘을 모아 2006년 새농촌 건설운동을 시작하면서 마을을 재정비하고 휴경 상태인 논에 물을 가두고 미꾸라지 등 먹이를 한번에 40〜50㎏씩 방사했다고 한다. 농약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논에는 우렁이 농법 등을 도입하고, 밭은 친환경 퇴비로 바꾸자 먹이가 풍부해지고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2007년부터 백로와 왜가리 개체수가 늘기 시작해 현재 300여 마리로 늘었고, 개체수가 가장 많아지는 올해 5월쯤에는 1000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천 왜가리번식지는 지난 1962년 이월면 노원리 960번지 일원 6만 8968㎡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횡성 압곡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지정된 곳이다.

노곡 마을은 뒤편에 위치한 수령이 8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의 소나무 및 잡목 등지에 둥지를 틀고 수백 마리의 백로류와 왜가리가 번식하는 대규모 번식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압곡리가 전국의 왜가리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고 노원리 서식지는 최대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주민들과 군 관계직원들이 나서 주변 환경을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인근 공장의 오폐수와 악취 방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도 단속을 지속하고 농업도 친환경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될 것이다.

예산이 필요하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진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진천지역이 언제부터인가 산업단지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느라 환경문제나 산림녹화 보전 등을 등한시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천연기념물 서식지 관리부서인 문화체육과와 산림을 보전하는 주무 부서인 산림축산과가 식재 및 관리에 있어 서로 업무 관련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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