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세 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지난 번에 잇따라 지적한 ‘지방대생의 취업과 학벌’및 ‘공직의 지방대 할당’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오늘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예를 들어 지방대 취업의 문제를 접근해 보고자 한다..
다음은 모 대기업의 2003년도 하반기 대졸공채 서류전형 기준자료다, 배점기준(100%)은 학교가 35%, 성적이 30%, 어학이 30%, 연령이 5%로 되어있다. 결과적으로 다른 부문이 비슷할 때, 학교가 선발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학교별 점수는 아래와 같다.

100점: 서울대 ,연대(본), 고대(본), KAIST, 포항공대90점: 한양대(본), 성균관대, 중앙대(본), 인하대(공대), 아주대(공대), 외대(본), 경북대, 부산대, 서울시립대80점: 경희대, 홍익대(본), 광운대, 국민대, 건국대, 동국대, 단국대, 인하대, 아주대, 이대70점: 숭실대, 명지대, 상명대, 충북대, 충남대, 전남대, 연세대(분), 고려대(분), 한양대(분), 중앙대(분), 외대(분), 항공대, 세종대, 숙대, 성신여대60점: 영남대, 창원대, 울산대, 계명대, 상지대, 조선대, 경기대, 전북대, 제주대, 서울산업대, 부경대, 경남대, 경상대, 금오공대, 서울여대50점: 기타     (자료출처: 국가인권위 ‘입사지원서 기재사항 개선 현황’ 토론회, 2003.10.30.)지방국립대학으로는 경북대가 90점이었고, 그 다음은 모두 70점으로 충북대 등이 속했다. 충북대를 제외하고는 충북소재의 모든 대학은 결과적으로 50점 짜리 기타가 된다. 내가 청주대 출신일 때, 이미 총점에서 17.5점을 까먹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취업경쟁으로 볼 때, 10점 이상의 차이는 벌써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는 일이다.
게다가 기타 고려사항으로 ‘여성 제외, 석사학위자는 74년생까지, 우수대학교 출신자는 74년생까지’ 등의 조건이 있다. 우수대학 출신자는 2년이나 더 공부한 석사학위자와 맞먹는다. 게다가, 보다시피 여자대학은 이화여대 조차 80점으로 모두 6,70점에 머무른다. 여성도 차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을 때 100점이나 90점짜리 대학의 학생들 말고는 모든 학교가 술렁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차별로 인식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항의하는 일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너무도 오랫동안 이 차별을 당연한 결과물로 수용토록 세뇌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코리안 이데올로기’이다. 수능성적이 좋으면 귀족이 되고, 나쁘면 천민이 되는 이상한 신분제도에 대한 숭배와 굴종 그리고 숙명론적 인간 이해인 것이다. 그러니 천민으로 낙인찍히는 날인 수능시험일에 젊은이로서 해서는 안 될 자살이 벌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얼마 전 KBS는 2004년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지역할당제를 도입했다. 3개 지역권역에서 선발예정인 58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25명을 해당권역소재의 지방대 출신으로 충원한다는 것이었다. 전국권에서는 76명을 따로 선발하겠지만, 지방주재 사원만큼은 지방대학에 43%를 할당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상당히 획기적인 조치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전국권 모집에서 지방대 출신 졸업자가 드물게 입사한다는 사실로 본다면 실제 할당률은 전체 134명 가운데 25명으로 약 20%에 지나지 않는지만 어쨌든 이는 지방대 졸업생에게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던져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 안에는 장애인에 대해서도 2차 필기시험 가점비율을 기존의 5%에서 10%로 높이고, 3차 실무능력평가에서 장애인이 일정수준 이상을 받으면 전체 채용예정인원과 관계없이 선발하기로 한 결정도 담고 있다.

이런 KBS의 조치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전북대 총장과 학생은 감사패를 들고 정연주 사장을 방문했다. 비록 지방주재기자에 한하지만, 그것이라도 감지덕지한 지방대의 입장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지방대학할당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우리의 밥벌이를 위해, 세금을 내는 공민의 권리를 위해, 죽음에서 삶으로 나가기 위해 머리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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