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부당노동행위 중점 전파, 여론형성에 주력
OECD스위스 연락관 "해결점 한국에서 찾으라"

”지난 17일 스위스로 날아간 한국네슬레 노조의 원정 투쟁단은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또 그들이 구체적으로 거둔 성과는?

한국네슬레 노사분규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역만리 해외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스위스 원정투쟁단의 근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재 원정투쟁단은 제네바에 체류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일행은 김재수 단장(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등 7명. 이들은 스위스 도착 첫날(현지시각 19일 오전) 네슬레 본사 앞에 도착, 투쟁 선포식을 갖고 15분간 구호합창과 가두시위를 벌인 뒤 제네바로 돌아갔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제네바 IUF(국제식품노련) 사무실에서 론 오스왈드 사무총장과 대책회의를 갖고 현지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원정투쟁단은 현지 도착 사흘째인 21일 장 끌로드 스위스노총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이보 카우프만 OECD 스위스 연락관(공식명칭은 OECD 사무국 경제부 다국적과 과장)과 면담하는 등 만만찮은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네슬레 노조는 지난 9월 ‘노조의 쟁의행위(파업)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자본철수 운운하며 협박을 한 것은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정부와 스위스 정부에 제소한 바 있는데, 원정투쟁단의 스위스 현지 투쟁을 불붙인 것은 사실상 이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따라서 원정투쟁단이 이날 OECD 스위스 연락관과 IUF 사무총장과 회동했을 때 재차 이같은 부당행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데 카우프만 연락관은 “OECD가 해결책을 찾을 순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또 네슬레 본사 경영진과의 만남을 성사시켜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IUF도 마찬가지라는 게 한국네슬레 측의 설명이다. 한국네슬레는 “카우프만 연락관이 원정투쟁단에게 ‘한국에서 해결책을 찾으라(A solution must be found in Korea.)’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같은 날 원정투쟁단은 스위스 정부 관계자와도 면담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불발됐다고 한다. 스위스 정부는 “우리는 한국네슬레의 위반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노조에 전했다”며 그 이전에 노조와 만날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단지 그들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의례적으로 밝힌 것 뿐’이었다고 원정투쟁단 측에 전달했다는 게 한국네슬레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스위스 정부로선 자신의 말을 전면 뒤집은 것이 된다. 스위스 정부는 한국네슬레 노조가 제기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배’ 제소건과 관련, 노조대표자 회동을 공식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조측은 “우리가 네슬레 본사 경영진과의 만남을 요구한 적조차 없다”고 정반대의 설명을 했다.

어쨌거나 원정투쟁단은 22일(현지시간) 네슬레 본사 앞에서 2차 항의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고 이어 투쟁단은 네슬레 본사의 성의 있는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적힌 영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며 현지 시민에게 파업상황을 알리는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

김재수 원정투쟁단장(45)은 네슬레 본사가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우리는 네슬레 본사에 면담을 공식 요구한 적도 없다. 스위스 노동계에서도 네슬레의 OECD 고용 가이드라인 위배를 인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설사 OECD의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 할 지라도 다국적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감안한다면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노조측은 전했다.

또 원정투쟁단은 이번의 스위스 현지에서의 활동을 통해 네슬레 본사와 한국네슬레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현지 여론 형성에 보다 주안점을 두는 인상이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원정투쟁단의 현지투쟁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통문을 통해 “네슬레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스위스 국민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네슬레는 원정투쟁단을 만나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나 주지 않을 것이며, 본사에서 한국네슬레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원정투쟁단의 투쟁을 통해 그런 사실을 시인하는 모양새를 갖추진 않을 것”이라고 상대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노조측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다가 큰 코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스위스쪽 노동관계 전문가들도 네슬레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을 확신하고 있다. 네슬레는 세계적 기업답게 잘못을 가능한 빨리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전술을 동시에 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고생
현지 노동계-교민 전폭 지원 그나마 ‘다행’

원정투쟁단은 스위스 현지의 ‘살인적인 물갗 때문에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 숙소도 당초 제네바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유스호스텔을 잡았으나 이것마저도 만만찮았던 것 같다. 사흘 뒤인 20일부터 국제식품노련(IUF) 사무실로 옮겨 매트리스를 깔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다만 이 부분에서 확인되는 것은 IUF의 전폭적 도움이 있다는 사실.

IUF는 이밖에 컴퓨터 2대와 디지털 카메라도 투쟁단에 제공, 투쟁단과 한국간 인터넷 통신의 ‘길’이 21일부터 개통됐다. IUF는 또 교통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IUF 론 로스왈드 사무총장은 “돈이 없어 투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열심히 투쟁해서 승리하기 바란다”며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전언.

교민들도 관심을 쏟고 있다. 20일에는 교민 독지가가 부식거리를 조달해 주기도 했고 통역을 맡은 유학생은 사전에 한국네슬레 투쟁에 대해 사전조사를 충분히 한 듯 완벽한 통역을 통해 원정투쟁단의 의사를 현지에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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