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현직 여성의원 20명 중 비례대표 18명··‘지역구 출마 힘들어’
현재 30여명 여성 6·2선거 준비중, 많은 여성 당선돼야 지위향상 도움

현재 한국여성의 지위는 형편없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여성의 지위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올 지방선거에서 많은 여성들이 지방의회에 들어가기를 여성계는 바라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한국여성의 정치참여율은 아직도 매우 낮다. 그 중에서도 충북은 더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06년 지
방선거에서 56명의 여성이 출마했으나 20명이 당선돼 30%의 당선율을 보였다. 2002년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2명 등 5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4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구는 단 2명뿐이고 비례대표가 18명을 차지했다. 2006년 실시된 기초의원 비례대표제 도입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치는 또 한 편으로 여성이 지역구로 출마해서 당선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가를 대변해주고 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여성의 지위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현재 한국여성의 지위는 형편없다. 이
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09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조사기관 134개국 중 115위로 발표돼 충격을 주었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교육수준·보건 및 수명·정치적 권한 등을 종합평가한 순위인데 우리는 여성에 대한 제약이
많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꼴찌수준”이라고 지난해 11월 열렸던 충북여
성포럼 전체회의에서 밝혔다.

이 원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의 62%에 불과하여 남녀 임금격차가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점, 18대 여성 국회의원이 전체의 13.7%에 불과한 점, 이명박 정부들어 여성장관은 단 2명이고 여성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으며 기초자치단체장은 3명에 불과한 점, 고위 공무원단의 여성 비율이 2006년 6.23%에서 2008년 3.68%로 하락한 점 등이라고 제시했다.

지역사회의 생활현장을 양성평등 친화적으로 바꿔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조례등을 제· 개정하는 여성 정치인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당장 6·2 지방선거에서 다수의 여성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많은 여성들이 출마해야 하고, 각 정당에서는 많은 여성후보들을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선거에서 당선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는
"공천권을 갖고 있는 정당의 조직을 보면 남성들이 모두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공천을
줄 때는 남성 결정권자에게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가장 먼저 따진다. 당이 아니고 결정권자에게 잘 보
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선거 때 얼마나 많은 수의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가를 본다.
조직과 돈이 없는 여성 후보는 여기서 밀리기 십상”이라며 “당내 여성위원회도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독자적인 권한과 결정권을 갖고 있지 못하고 남성중심 조직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는 수준”이라
고 비판했다.

정치의 벽 여성에게는 여전히 높아
지방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모 씨도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경쟁하면서 살아 정치를 친숙하게 받
아들이는데 반해 여성들은 낯설고 생소하게 느낀다. 그래서 여간한 배짱 없이는 정치판에 발을 담그
기가 쉽지 않다. 타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적으로 싸워야 하는 게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은 돈과 조
직이 없는 점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여성후보들의 지역구 출마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많다.
현재는 정당에서 1, 3, 5, 7, 9번 식으로 여성을 지그재그로 공천하지만, 그동안 한나라·민주당에서
1~2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고 소수당은 아예 당선시키지 못했다.

여성후보를 양적으로 많이 공천 하는 것 외에 중요한 것은 또 좋은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다. 정당에서는 종종 여성후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공천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 실제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지 여성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지방의회로 들어가 4년동안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충북도내 현직 비례대표 의원 중 1~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측은 “서울에서는 여성계가 ‘남녀동수연대’를 조직해 여성 비례대표 후보
50%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각 당에 1~3번을 여성에게 공천하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보낼 계획으로 있다. 또 여성 후보들에게는 당선된 뒤 여성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어쨌든 6·2 지방선거에서는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많은 여성들이 지방의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여성들의 바람이다. 올해는 도내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이 대부분 지역구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고, 정당별로 비례대표를 원하는 여성들도 꽤 있어 총 30여명이 선거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확실한 윤곽은 4월경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충북여성포럼의 2010년 정기총회
“비례대표 50% 이상, 선출직 30% 이상 여성으로 공천하라”
충북여성포럼 2월 22일 제안서 채택
충북여성포럼은 지난 2월 22일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안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제안서에서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방선거 여성참여확대를 위한 비례대표 50%이상 강제할당 및 교호순번제와 선출직 30% 할당노력에 이행강제조치만을 부여하였을 뿐 여전히 선출직에 대한 의무할당에 대한 강제가 없어 각 정당의 당헌당규 관련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에 선출직 30% 여성할당공천 강제조항을 마련할 것, 남녀동수후보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최소한 비례대표 50%이상 할당과 선출직 30%이상 여성 공천할당을 지킬 것,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중 여성 20% 공천을 의무화하고 당선가능지역에 전략공천할 것, 성 인지적 관점과 여성의 대표성을 겸비한 여성후보를 공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 것에도 쐐기를 박았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천된 일부 여성의원들에 대해 여성의 대표로 자격 시비가 일었고, 여성 정치참여 확대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이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의 대표로 공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각 정당은 6·2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의 도덕성과 의정활동능력, 특히 평소 성평등의식· 활동경력·실천여부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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