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장락동에서 비둘기아파트 앞 오거리를 지나 하소동을 잇는 편도 3차선 신도로를 가다 보면 우측에 대제중학교로 들어가는 보도블럭 진입로가 나온다.
차 두 대가 마주보고 지나칠 수 있을 만큼의 이 진입로는 지난 72년 대제중학교가 개교하기 전까지는 제천과 서울을 오고가는 국도였다. 그러나 도로 중간에 대제중학교가 지어지면서 이 길은 사실상 학교 전용 진입로로 바뀌고 말았다. 현재는 길 왼편으로 신축 교사가 들어서는 대신 이미 구건물이 돼 버린 당시 교사는 칸칸이 민간에 임대돼 상업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지적도를 확인해 보면 지금도 이 도로는 제천시와 건설교통부 소유의 도로로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동안이나 도로를 학교 건물이 무단 점유하는가 하면 일부는 상가로 분양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멀쩡한 국도 위에 학교 건물이 들어서서 오랜 세월 무단 사용돼 왔음에도 이를 관리 감독 해야 할 제천시가 불법 행위를 묵인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제중학교 측이 무단으로 점유해 온 도로 부지 중 건설교통부 앞으로 등기된 일부 면적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천시 소유임에도 그동안 대제중학교측으로부터 단 한 차례도 임대료나 과징금을 징수하지 않은 것 역시 시의 직무유기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김모 씨는 “국도 위에 학교 건물이 세워져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외토픽감인데, 학교측이 건물을 민간에 임대해서 상업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시는 도로 위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방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의 땅 위에서 학교가 임대 수익을 보는 것을 모르는 체 하고 있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제중학교 구교사와 신교사가 좌우에서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시내로 진출입해야 하는 길 안쪽 주민들이 도로 교통으로부터 고립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대제중학교와 제천시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비포장 도로를 400∼500m쯤 거슬러 올라가는 지점에서 과수 농사를 하며 살고 있는 윤한갑씨(91세)는 아예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학교 건물이 길 허리를 잘라 버리는 바람에 자동차가 거의 출입을 하지 않아 도로는 농로 수준으로 전락했고, 그나마 비포장이어서 기사들이 운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승용차를 사용해서 진출입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이미 등기부등본상의 도로 자리는 건물이 점령한 상태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집까지 가기 위해서는 건물 앞 공터를 반드시 지나쳐야 한다. 그나마 건물에 입주한 업체들이 짐차와 물건으로 공터를 가로막는 일이 다반사여서 아예 차를 세우고 걸어 다니는 편이 홀가분할 정도라는 게 윤 씨의 설명이다.
윤 씨는 “지목 상에 도로로 명기돼 있는 곳에 멋대로 학교를 짓고 심지어 못 쓰게 된 건물을 철거하지는 않고 임대까지 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시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는 않고 참고 지내라는 무성의하고도 무책임한 답변만 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씨 등 주민들은 30년 동안 도로 위를 무단 점령해 온 학교 건축물들을 조속히 철거하고 다시 길을 터서 정상적인 도로로 복원해 줄 것을 일관되게 시에 요구 중이다.
그러나 제천시는 이 같은 사실을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당사자가 알아서 길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현재 학교 시설이나 부지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길 위쪽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시 지적도를 열람해 본 결과 대제중학교 교사가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는 주민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30년 동안이나 계속돼 온 불법 점유 문제를 피해 주민이 줄기차게 지적해 왔음을 감안할 때 대제중학교의 도로 점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시 관계자의 주장은 책임회피성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대제중학교 역시 도로를 무단 점유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미 낡을 대로 낡아 교육적 용도조차 사라져 버린 학교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민간에 임대해 수익을 보고 있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제중학교는 교사뿐 아니라 운동장까지도 길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모두 옮겨 이전했고, 이로 인한 공터는 각종 건축폐기물과 입주 업체의 불법 적체물들로 마치 흉가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결국 길을 가로막아 건물을 짓고, 남의 땅에 단 한 푼의 임대료도 지불하지 않은 채 상업용도로 임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제중학교와 이를 30년 동안이나 묵인 방치하고 있는 제천시로 인해 제천시민들은 멀쩡한 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제천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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