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즉 한일병탄(韓日倂呑) 이후 올해로 100년이 된 가운데 당시 가장 먼저 순국한 괴산 출신 일완(一阮) 홍범식(洪範植) 전 금산군수(1871~1910)를 재조명하는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범식 선생은 2002년 12월 충북도 민속자료 14호로 지정된 '괴산동부리고가'(충북 괴산읍 동부리 450-1·홍범식고택)에서 태어났다.

이후 선생은 1888년 진사시험에 합격하고 1902년 벼슬에 나가 1909년 충남 금산군수로 부임했다.

이때부터 주민들에게 선정을 베풀어 온 것으로 알려진 선생은 1910년 8월22일 한일병탄이 되고 29일 순종이 이를 공포하자 그날 밤 유서를 남기고 자결·순국했다.

상명대 강영주 교수의 저서인 '벽초 홍명희 연구'에 따르면 선생은 "망국노의 수치와 설움을 감추려니 비분을 금할 수 없어 스스로 순국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잃은 나라를 기어이 되찾아야 한다. 죽을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먼 훗날에라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마라"라는 유언을 장남 벽초 홍명희에게 남겼다.

또 객사 벽엔 '國破君亡 不死何爲(국파군망 불사하위)'(나라가 파멸하고 임금이 없으니 죽지 않고 무엇하리)란 8자의 유언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선생은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고 2000년 8월에는 국가보훈처가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선생의 생가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묘소도 남아 있는 고향 괴산에서는 그동안 이렇다할 추모행사가 열린 적이 없다.

이는 곧 선생의 장남인 홍명희가 광복 직후 월북해 부수상을 지내는 등 좌익 전력 때문에 군 관내에서는 한때 홍명희의 이름 석자를 거론하는 것조차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이 생을 마감한 금산에서는 홍범식공원을 조성하고 추모제향을 지내는 등 지역의 역사적 인물로 추앙하고 있어 괴산군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금산군은 2008년 8월 기존 금산공원을 홍범식공원으로 조성, 홍범식 순절비(1949년 건립)와 순절지비(1993년 건립)를 공원 내로 이전하고 선생의 호를 딴 일완정이라는 정자도 건립했다.

또 지난해 8월엔 이곳에서 99주기 추모제도 지냈다.

하지만 그의 고향 괴산에서는 1998년 괴산읍 서부리 188~5번지 괴산향토자료전시관 앞에 4.5m 높이의 추모비만 세워졌을 뿐 선생의 얼을 기리는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괴산문화원은 이에 따라 선생 서거 100주기를 맞은 올해 선양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추모비를 선생의 생가로 옮긴 후 8월쯤 추모제를 거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출 괴산문화원장은 "홍범식 선생의 추모비가 현 위치보다 생가에 자리하는 게 더 의미가 있어 올해 서거 100주기를 맞아 추모비 이전과 추모제 행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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