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서울 위훈용사복지회, 일은 지역 D업체가
계약해지 사유 주장에 "미화원 처우와 무관" 해명

▲ 충북대로부터 청소용역을 받은 업체가 규정을 어기고 이를 재하도급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업체는 본부가 용역을 받아 지회가 수행하는 것이며 미화원 처우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용역계약서.
충북대학교로부터 시설청소와 조경관리 등 청소업무 등을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이를 다시 재하도급하는 등 청소용역계약에 따른 특수조건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와 용역업체가 체결한 계약의 특수조건 제5조 6호에 따르면 ‘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하도급했을 때’ 갑은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즉시 해지할 수 있으며 갑은 을에 대해 일체의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돼있다.

충북대로부터 2008년 4월부터 현재까지 1년 단위로 청소용역을 위탁받은 업체는 서울에 주소를 둔 사회복지법인 위훈용사복지회(이하 위훈용사)다. 위훈용사는 2009년 충북대와 약 14억1900만원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위훈용사는 북파공작원 부대로 알려진 HID부대 전역자들이 역사와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신들의 처지를 고려해 만든 일종의 자구적 생계형기업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개별접촉에 의해 입대가 결정됐으며 입대와 동시에 호적이 말소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전역 이후에도 정상적인 취업이나 생계유지 수단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이들의 호소다.

따라서 2006년 중앙조직을 발족했고 공공기관으로부터 나오는 청소용역 가운데 상당부분이 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던 것.

문제는 최저생계비에 간신히 턱걸이할 정도로 열악한 미화원들의 근무여건이다. 충북대에서청소업무를 수행하는 미화원은 관리자 1명 외에 80명(남 22명·여 58명)인데, 남성은 월 90만원, 여성은 83만원으로 최저생계비를 받는 수준이다. 이는 여성을 기준으로 청주대 102만원, 타 시도 국립대 110~124만원에 비해 열악한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용역이 한 단계 건너가면서 용역업체와 재하도급업체의 거래 때문에 미화원들의 처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조의 연합체인 ‘충북지역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계약법과 근로기준법을 어겨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1년 단위로 청소계약이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을 새로 작성한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충북대 “일은 하지만 하는 게 아니다”
위훈용사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충북대 관계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북대 성기호 총무과장은 “D사가 일은 하고 있다. 그러나 D사 Y사장이 위훈용사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D사가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계약체결 실무를 맡고 있는 임상식 회계과장은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추정은 된다”면서도 “우리는 계약방법만 결정한다. 작년에도 작업지시서만 조달청에 보냈더니 위훈용사와 수의계약을 했다. 올해도 조달청으로 보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위훈용사 본사 관계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 많은 지회가 있다. 충북에도 지회가 있고 등기부 등본에 다 등재가 돼있다. D사 대표가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고 결국 D사는 위훈용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위훈용사와 D사는 법인이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도”라고 짧게 대답했다.

충북대 관계자와 위훈용사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위훈용사가 업무를 D사에 재하도급한 것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으나 어차피 D사 대표가 위훈용사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눈감아줄 수 있는 문제거나 실제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D사 “위훈용사 공익적 성격”
그렇다면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인 D사 Y대표는 이 같은 재하도급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Y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하도급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음을 먼저 인정했다.

Y대표는 “우리 같은 특수임무수행자 외에도 노인, 장애인 등의 복지법인들이 사회복지법에 의해 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의 업무를 조달청 수의계약으로 따낸다. 이들 복지법인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의 용역을 수행하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Y대표는 특히 위훈용사가 단순히 사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Y대표는 “위훈용사는 철거용역이나 유흥업소가 아니면 취직조차 어려운 특수임무수행자 출신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익적인 봉사에 사용하는 복지법인이다. 실제로 내가 해마다 8000~1억원 정도를 지원해서 동지(同志)들이 먹고 산다. 작년에도 9600만원을 냈다”고 털어놓았다.

Y회장이 본인의 입을 통해 털어놓은 지난해 후원금 9600만원은 재하도급에 따른 리베이트로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Y회장은 이에 대해 “관리비와 이윤에서 낸 후원금이다. 미화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에서는 한 푼도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비와 이윤으로 15%를 책정하지만 실제 남는 것은 6,7%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부 후원금은 회사 이윤에서”
Y회장은 책정한 관리비와 이윤도 챙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곽근무를 할 경우에는 10만원이라도 더 줘야하고 원가를 산정할 때 남녀구분도 없다보니 이윤에서 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도 우리에게 와서 뭐랄 게 아니라 따질 게 있다면 조달청에 가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찌 됐든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할 때 재하도급에 해당된다는 것은 Y대표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Y대표는 “D사는 1990년에 창업해 20년이 된 업체다. 내가 이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특수임무수행자회에 제안해 위훈용사가 출범했다. 올해부터는 직영처리하자고 본부에 보고를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올 초 충북대에서 가벼운 산재사고가 나면서 일이 꼬였다”며 앞으로 본부차원에서 이 같은 재하도급 관행을 시정할 방침임을 밝혔다.       
 
충북지역노조의 주장대로 위법성을 고려해 즉시 계약해지를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계약 특수조건에 따라 처리할 경우 해마다 1년짜리 근로계약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충북대 청소업무를 맡아온 미화원 80명이 D사로부터 집단해고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청인 충북대는 관리 소홀, 하청업체인 위훈용사는 계약위반, D사는 근로기준법과 과업지시서 불이행 등의 책임이 있는 만큼 충북대가 미화원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대행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고용승계와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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