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농협, 통합 후 첫 선거…5명 출마로 최대 격전지 부상
떨어지면 지방선거 나가고, 당선되면 시의원 사퇴 ‘이중포석’

농협조합장 선거 과열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오는 6일 실시되는 충주시 주덕농협 조합장 선거에 현조합장을 포함해 5명이 출마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현 충주시의회 의원도 포함돼 있어 호사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또한 시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례적인 일이 유독 충주시의회에서만 두 차례 일어나 비난이 일고 있다.

▲ 2007년 인근 신니농협을 흡수 통합한 충주 주덕농협 조합장 선거에 현직 시의원을 포함해 무려 5명의 후보가 등록하는 등 과열양상을 띄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되면 어떤 혜택을 누리길래 현직 시의원에, 조합원 자격만 유지하고 있을 뿐 사실상 농업과 관계없이 마을을 떠나있던 사람도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돌아오는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충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유태영 현조합장(59)과 이상용 전 주덕농협 감사(53), 박상열 전 주덕농협 직원(58), 나문수 전 중원군청 공무원(64), 최병오 현 충주시의원 등 5명이 주덕농협 후보로 나섰다. 지난 1월부터 도내 지역농협 곳곳에서 조합장 선거가 진행중이지만 5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선 곳은 많지 않다.

주덕농협의 조합장 선거가 예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아니다. 4년전 주덕농협은 조용했다. 2006년 조합장 선거에는 유태영 현 조합장 외에 후보가 나서지 않아 무투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조합장 선거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농협은 사라져도 조합장 연봉은 지급
주덕농협 조합장 선거에 관심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주덕농협의 규모가 4년전 선거에 비해 두배 가까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7년 인근 지역농협인 신니농협이 경영악화로 인해 주덕농협에 흡수 통합된 것이다.

한 농협관계자는 “당시 신니농협은 조합원들에게 배당금도 주지못할 형편이었다. 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를 받고 2007년 6월 29일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15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2659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직원수는 50여명으로 확대됐다. 주덕농협이 소위 잘나가는(?) 농협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통합됐다고 해도 조합장의 권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 바라보는 조합장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이 후보등록에서 나타난 것.

눈길을 끄는 것은 조합원이 배당금을 가져가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지만 통합 후 직을 잃은 전 신니농협 조합장은 남은 임기에 대한 급여를 보장받았다.

시의원의 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조합원은 “시의원 임기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데다 어차피 지역구도 일부 겹친다. 떨어지더라도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한 표라도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연봉만 따지더라도 조합장 연봉이 시의원 연봉에 2배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본지 613호(1월22일자)에 보도했듯 2008년 현재 조합장의 평균연봉은 7800만원이다. 또한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업무용 차량을 지급하기도 하고, 유류비 등 차량유지비용도 전액지원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임시직에 대한 채용권한도 조합장이 갖는다. 업무추진비와 조합명의로 경조금을 낼 수도 있다. 여기에 영농활동지원비까지, 조합장은 권위와 함께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리다.

시의원 연봉 3414만원·조합장 7200만원
충주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의원 1인당 연간 지급액은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포함해 연간 341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해 주덕농협조합장의 지난해 수령액은 연봉 4500만원과 600%의 상여금을 포함해 7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주덕농협 하나로 마트에 근무하는 계약직 8명에 대한 인사권도 갖고 있다.

조합장선거 출마는 시의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최 의원이 당선된 ‘나’선거구는 신니·노은·앙성·가금면 지역이다. 주덕농협 조합장 선거에는 신니면 일대 조합원 1160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최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도 있는데다 나머지 4명의 후보가 주덕면 출신이라는 점도 최 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굳힌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현직 시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조합장은 조합원 가운데 임원으로서 제한되는 결격사유가 없는 이는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농협법 19조에 따르면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농협관계자는 “조합원이 되려면 농업인이어야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 농업에 종사하고, 조합원 자격을 득하면 이후에는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조합원직을 유지할 수 있고, 조합장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
또한 현행 지방자치법에도 지방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방자치법 35조 6항에 근거해 농업협동조합의 임직원과 조합의중앙회장이나 연합회장을 겸직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당선이 확정되면 그날로 의원직을 상실한다.

한 조합원은 “농민들을 위해 일해야하는 자리가 조합장인데, 아무리 조합원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지역농협 구역 내 농가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조합장을 벼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충주시의회에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의회 3선 의원으로 4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기도 했던 김남중 전 의원(2·3·4대)도 현직에 있을 당시 지역구 내 농협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마하고, 다시 현직으로 돌아왔다. 당시 의정활동을 함께한 전 시의원은 “당시에도 동료 의원들은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봤다. 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시의원이 조합장 선거에 눈을 돌린 것도 그렇지만, 선거에 패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다른 시의원들의 품격을 깎았다는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시의원보다도 조합장이 지역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현직 의원이 의정활동을 접어두고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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