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디자인 세계정상에 도전한다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꼽히는 한국도자기(대표 김성수)가 12월 4일 창업 6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 나라 기업의 평균수명 6.4년(생존률 50%)임을 고려할 때 60년의 시간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일본과 유럽의 평균 기업수명이 1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 60년을 뿌리내려왔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회갑에 이른 60년, 이순의 나이에 접어든 한국도자기는 회사를 대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작지만 탄탄한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정치바람을 타지 않고 버는 만큼 세금도 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1943년 故 김종호 회장이 청주시 우암동에 ‘충북제도사’를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6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결과 한국도자기는 청주산업단지 내에 도자기 생산 5개 공장, 전사지(도자기 무늬)인쇄 2개 공장을 가동중이며, 인도네시아에 3개 공장 등 총 10개 공장에서 월평균 350만개를 생산해 내는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한국도자기는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한편 해외 주요시장을 겨냥해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60년의 외길 속에 한국의 도자기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튼튼한 중소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도자기를 소개한다.

규모보다는 내실
한국도자기는 창사이래 단 한 명의 직원도 정리해고 하지 않았다. IMF 당시에도 정리해고가 없던 기업으로 유명하다. 규모면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직원에 대한 복리 후생은 대기업 못지 않다는 점, 노사가 화합을 이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화제를 일으켰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까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불황을 잘 헤쳐나가는 한국도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불황을 보면서 장기불황을 예감한 김동수 회장은 임원들에게 미리 대비할 것을 요구했다. 매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이익 위주로 경영할 것도 주문했다. 이런 경기불황에 상반기 매출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빚이 없으니 이자 지출도 없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출시하는데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도자기 직원들은 자녀들의 학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집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보육비와 학비를 전액 회사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가정의 달에는 직원 가족을 회사로 초청해 공장 견학, 공연관람, 온천관광까지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어린이집 프로그램은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세계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청주공장은 화장실도 특급호텔 수준으로 직원들이 ‘귀한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한 신문사가 62개 기업의 신청을 받아 우수기업 20곳의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 회사 평가를 했는데 한국도자기가 ‘훌륭한 일터 상’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60년, 도자기만 만들어
도자기 산업에 뛰어든 후 1950년대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값싼 플라스틱 식기와 스테인리스에 밀리다가 1960년대 경제개발에 따른 소득 증대로 고급 도자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급도자기인 ‘황실장미홈세트’를 개발, 출시했다.

‘황실장미 홈세트’는 출시 당시 도자기 역사상 최초의 전사기법을 활용한 도자기, 홈세트였다. 또 국내 도자기업계 최초로 TV광고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당시 연구실장이었던 김성수 대표이사는 이를 발판으로 본차이나(Bone China) 개발에 착수해 영국의 도자기회사를 중심으로 기술제휴를 모색, 자체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1973년 동양 최초로 본애시 (Bone Ash)가 50%이상 함유된 정통 본차이나(Natural Bone China)개발에 성공했다.

한국도자기는 본차이나 개발 이후 1989년 특수도자기인 초강자기 슈퍼스트롱 개발, 1990년에는 고려청자 빛을 재현한 비취 본차이나 개발에 이어 상아색이 나는 아이보리 본차이나 개발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또한, 국내업계 최초로 KS인증을 획득, 1995년에는 세계 업계 최초로 국제품질인증인 ISO 9001에 이어 1996년에는 국제환경인증인 ISO 14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국제적으로 품질과 디자인경쟁력을 인정받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고급브랜드 추구
유럽산 고가의 수입도자기와 저가의 중국 도자기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 된 품질과 디자인 개발을 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값싼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도자기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 보석문양의 쥬얼리 본차이나, 진주색이 아름다운 펄 하모니 브랜드, 동양적인 아름다운과 절제미를 살린 젠(Zen)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손꼽힌다.

값비싸지만 제품의 우수성 때문에 청와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로마 교황청과 백악관, 노벨평화상 만찬장의 식탁에도 오르고 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식탁에도 한국도자기 식기는 오른다.

한국도자기는 명품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물색해 2년에 걸친 작업 끝에 내놓은 새 브랜드 ‘프라우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으로는 미약했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꼼꼼한 마케팅 전략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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