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부채 66억원·체불임금 45억원…남은건 도약뿐
수차례 위기극복하고 경영정상화

자주관리기업 출범 5주년
지난 20일 출범 5주년 기념식을 연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드리웠던 그늘이 걷혔다.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겨낸 그들의 얼굴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우진교통에게 2010년은 경영정상화 원년과 기업다운 기업으로 도약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진교통에 따르면 2009년도 연매출액이 150억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당 운송수익금도 6개 운수업체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하며, 운수업계 대표주자의 명성을 되찾았다. 김재수 대표는 이날 기념사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의 기업문화 속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실현을 통해 행복한 기업으로서 시민들에게 질 높은 교통문화 실현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주변의 우려와 격려 속에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라는 생소한 경영체제로 탄생한 우진교통은 전경영진으로부터 넘겨받은 146억원의 부채와 노노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45억원의 퇴직금과 체불임금 지불압박, 동남지구택지개발에 따른 차고지 문제 등 수차례 도산의 위기를 극복하며 기적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우진교통에 따르면 2008년 퇴직자 60명이 요구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에 대한 지불이 오는 28일 종결된다. 지희구 총무과장은 “남아있는 구성원들이 6개월간 임금을 가져가지 못하는 고통을 분담한 결과지만 법원의 조정을 통해 오는 28일 미지급된 5억6000만원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로써 채불임금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마치게된다”고 말했다.

전경영진에게서 넘겨받은 146억원 가운데 은행대출 16억원과 20억원대 차량할부금 등 정상적인 채무금을 제외한 악성채권도 지난해 모두 해결했다. 부채가 줄어든 만큼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질 전망이다.

우진교통의 힘은 ‘단합’
경영정상화를 위한 박차를 가하던 우진교통은 2008년 내부갈등에 봉착하며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노조지도부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우진교통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하며 내부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회사운영에 불만을 품은 노조원 60명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경영진을 고소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과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회사통장·교통카드 수입금 등을 압류조치 했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모범적인 운영을 선보이며 정상화를 눈앞에 뒀던 우진교통은 이로 인해 또다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남은 구성원들은 6개월간 임금체불을 결의했고, 그로 인해 도산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재수 대표는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가족들까지도 회사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고통의 시간동안 진행된 정책 수행을 통해 재무구조의 안정적인 확보와 규정·제도 등의 정립도 이뤄져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우진교통은 회사법인 정관을 자주관리 정관으로 개정해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고, 노동자자주관리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갈등의 문제를 체험한 우진교통은 개방된 의사결정 구조와 투명한 경영을 보장할 제도적 창치를 마련했다.

목숨걸고 지켜낸 차고지
내부문제를 수습하고 이에 따른 고통분담이 끝나갈 무렵 우진교통은 또다시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현 용암동 차고지가 주택공사(현 LH공사)가 시행하는 동남지구택지개발지역에 포함된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차고지에 대한 보상을 받고, 인근에 부지를 매입하면 될 일이지만 악성부채만 146억원을 안고 있는 우진교통의 차고지가 온전할 리 없었다. 7000여㎡의 부지는 이미 금융권으로부터 17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각종 채무까지 겹쳐 보상을 받아봐야 채권단에게 나눠주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당시로도 우진교통은 소유차량 105대를 주차할 공간이 없어 인근 버스종점 시유지를 빌려 40대를 주차하는 형태로 차고지를 운영했기 때문에 차고지를 다시 마련할 경우 105대의 차량을 모두 주차할 수 있는 최소 1만3000여㎡의 부지가 필요했다. 우진교통 관계자는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운송 면허가 취소된다. 지금의 차고지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목숨을 걸고 차고지를 지켜내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차고지 조성도 개발행위에 포함된다. 현행 국토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연접개발에 대한 금지조항이 있어 우진교통이 인근 부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차고지로 조성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부지를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날로 구성원들은 청주시 수곡동 주택공사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90여명의 생존권이 달린 벼랑 끝 투쟁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9개월이라는 긴 진통 끝에 주택공사와 우진교통은 차고지 존치에 공식 합의했다. 토지공사는 우진교통에 존치부담금 75%를 감면해줬고, 우진교통은 25%를 장기분할방식으로 상환하기로 합의했다.

우진교통 관계자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라는 특수성으로 한계가 많았던 기업경영의 재무구조도 안정적인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경영관리시스템도 현장과 직접 교류하며 스스로가 노동을 관리하는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사회적 책임 고민해야 할 때”

취임 5주년 맞은 김재수 대표
대표로 취임할 2005년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김재수 대표(51)는 지난 5년에 대해 “고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에서 우진교통 대표로 변신한 그는 “민주노총에서는 문제제기가 중심이었지만 우진교통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했고 그 대안에 대한 책임도 져야 했다. 특히 우진교통 노동자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어 지난 하루하루가 조심스러운 나날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취임 당시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운영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와 노동운동과 경영 현실과의 거리로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김 대표는 우진교통 대표를 선택한 것에 대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진교통을 살려내지 못하면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었다. 거취를 깊이 고민할 시간도 겨를도 없었다.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에서 배우고, 전파한 내용들이 공허한 구호가 아닌 사회의 발전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입증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우진교통이 5년 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원동력에 대해 “2005년 추운 겨울,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미미한 연료라도 절약하고자 종점지에서 시동을 끄고 내복으로 버텼던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피나는 노력이 우진교통을 지켜낸 원천이었다”며 “고비 때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준 덕분에 잘된 것 같다”며 공을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역과 시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했다. 앞으로는 줄줄도 아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또한 “올해는 노동복지에 초점을 맞춰 발전시켜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주관리기업문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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