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충북 위한 새로운 발전계획 없다” 발언
토론 끝난뒤 “방안 내놓을 것” 수정녹화

<한겨레신문>정운찬 국무총리가 충북 청주의 한 방송 토론회에서 자신이 한 발언을 수정하기 위해 토론이 모두 끝난 뒤 발언 내용을 재녹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총리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청주 문화방송국에서 열린 ‘충북언론인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충북지역 발전을 위한 후속 대책이 있느냐”라는 토론자의 질문을 받고 “특별히 충북을 위한 새로운 발전 계획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 토론회가 끝난 뒤 총리실 관계자가 “(발전 계획이 없다는) 총리의 답변이 충북지역의 반발을 살 수 있으니, 그 부분만 다시 녹화하자”고 토론자들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사회자와 토론자 등 5명 전원은 “총리가 공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니 수정할 수 없다”며 재녹화를 거부했다. 총리실에서 거듭 재녹화를 요구하자 충북언론인클럽은 사회자와 다른 토론자는 모두 퇴장하고, 해당 질문자와 총리만 단둘이 남아 답변을 수정해 재녹화하는 데 합의했다. 총리는 재녹화하면서 “특별히 충북을 위한 새로운 발전 계획은 없다”는 발언을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통과 뒤 구체적으로 추진되면 충북 발전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수정했다. 생방송이 아니었던 이날 토론회는 이날 밤 10시 <청주 문화방송>과 <청주 한국방송> <청주방송>에서 수정된 내용으로 방송됐다.

이에 대해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은 “총리는 토론 과정에서 청주공항 활성화 등의 충북 발전 방안을 먼저 언급했으나, ‘세종시 수정 관련 후속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의 (정형화된) 계획은 없다’고 대답한 것”이라며 “하지만 자칫 정부 대책 자체가 없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어 패널들과 협의해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충북을 위한 발전 계획이 없다”고 말한 뒤 이를 수정해 재녹화하고, “오송 메디컬 그린시티 관련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한 것까지 알려지자 충북 민심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승훈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25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을 들러 “총리가 지역 민심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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