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이란, 조선 시대 때 말을 돌보는 일을 맡아 하던 종을 거덜이라고 했답니다.

그 거덜이가 대감님 행차에 말고삐를 잡고 "쉬~ 물럿거라, 대감님 나가신다~"라고 외치는 것이죠. 거덜이가 대감 앞길에서 우쭐대며 걸을 때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아무런 실속이 없는 종 신분인 게 거덜입니다. 그래서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을 두고 '거덜 나다'라는 말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되면 나라가 거덜 난다"고 합니다. 정 총리가 뭣을 근거로 그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신동아>를 통해 공개된 정부 문건을 보면 오히려 수정안이 나라를 거덜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작성한 '국제 태양광 박람회 참관을 위한 출장 보고서'에는 삼성은 물론 국내 대기업이 세종시 입주에 큰 관심을 보였고,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한화케미컬, 현대중공업, 하이드로젠 솔라, 심포니에너지 주식회사, 카코 코리아, STX Solar, S-에너지, Semi-materials, Alti-Solar의 세종시 입주를 추진 중이며, 외국 기업으로는 OTB(네덜란드), SCHOTT(독일), Misubishi(일본), Q-Cell(독일), China Sunery(중국) 등 15개 기업과 세종시 입주 논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수정안처럼 파격적인 토지할인 혜택 없이도 삼성, 한화 등 대기업의 세종시 입주가 활발히 추진됐고, 대다수 기업이 세종시 입주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 대기업 간부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수정안이 대기업에 파격적인 토지할인을 유인책으로 제시한 것은 그만큼 수정안이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방증이다. 인프라도 완전히 구비되지 않은 허허벌판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다"고 세종시 수정안을 되레 혹평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그는 "원안대로면 세종시에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등 9개 부처가 온다. 나머지 법제처, 국가보훈처, 국세청, 소방방재청 등이 오는데 이들 부처가 기업 생산성에 직접적 관련은 없다.

그러나 9개 부처는 300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의 대부분을 집행하고 중요한 인·허가권을 행사한다. 기업 경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9개 부처 이전 후, 기업 입장에선 서울에만 있어서는 이들 부처가 발주하는 사업을 따내기 힘들고 유리한 방향으로 인허가나 정부정책을 이끌어 낼 수도 없다.

결국 9개 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본사를 옮기거나 사무소를 낼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인적 네트워크로 알아본 바로는 원안대로 정부 부처 이전 시 국내 30대 대기업 대부분은 세종시에 어떤 형태로든 입주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답니다. 왜, 행정(行政)이 중심이 된 복합도시여야 하는지 알 수 있잖습니까.

권태신 총리실장은 총리에 뒤질세라 "원안대로 세종시가 건설된다면 운전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낭떠러지로 가는 상황이다. 원형지 공급이 특혜가 아니다.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도 없다"며 막말을 예사로 합니다.

아무리 곰곰 생각해봐도, 일류대학 나와서 나랏돈으로 유학하고 고관대작이 된 저들이야말로 나라를 거덜 내고 낭떠러지로 몰아넣을 '거덜이'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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