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장 ‘무소불위 권한’ 학연·지연 얽혀
“권한 축소·무보수 명예직 전환” 목소리

1월은 농협조합장 선거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일 제천시 봉양농협이 조합장 선거를 치른 것을 시작으로 15일에는 음성군 금왕농협과 대소농협이 선거를 치렀고, 18일에는 청주·청원지역 5개 농협과 영동군 3개 농협이 차기 조합장을 선출했다. 19일에는 충주시 2곳, 20일에는 진천군 2곳 등 1월에만 도내 74개 지역농협 가운데 17곳이 선거를 치른다.

▲ 지역농협조합장 선거가 1월에만 17곳에서 실시된다. 지역농협별로 3·4명이 출마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조합장선거에 대해 혼탁과열선거를 우려하는 일각에서는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9일 오전 오창농협 조합장선거 투표장소인 오창읍복지회관은 투표를 하기위한 긴 행렬이 도로까지 이어졌다. 서청주농협은 원할한 투표진행을 위해 인근 초등학교 등 5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선거를 치렀다.

19일 청원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청주 농협이 84.7%의 투표율을, 오창농협 84.1%, 강내농협 84.4%, 미원낭성농협이 84.3%를 나타내는 등 선거가 치러진 곳 모두 80%대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호식 씨(45·오창읍 복현리)는 “국회의원·도의원 선거보다 조합장 선거가 지역에서는 더욱 큰 관심사다. 후보자 모두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조합장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대부분 혈연·학연 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조합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를 아는 유권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권자는 “후보가 투표할 것을 신신당부해 나왔다. 기왕이면 친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관심만큼이나 조합장 선거전도 치열하다. 20일 현재까지 진행된 선거에서 청원군 현도농협과 영동군 상촌농협, 추풍령농협은 현 조합장이 무투표로 당선됐지만 나머지 농협은 3, 4명의 후보가 등록하는 열기를 보였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 농협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유지들이다. 지금은 선거운동에 대한 제약이 많아 큰 잡음없이 진행되지만 불과 4년전 선거만하더라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이 들었고, 지금보다도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농촌지역의 경우 조합장은 명실상부 지역의 큰 어른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욕심을 낸다”고 설명했다.

평균연봉 7800만원
조합장에 당선되면 명예와 함께 금전적인 혜택도 누린다. 조합의 사정에 따라 격차가 나타나지만 고액연봉을 받는다. 2008년 전국 농협조합장 평균 연봉이 7800만원이었고, 충북의 경우 5000만원~9000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장 선거가 과열되는 것은 소위 잘나가는(?) 농협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조합원의 수가 많으면 조합장의 권한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창농협의 경우 현조합장이 취임후 3000만원대 SUV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받았다. 오창농협 관계자는 “조합장 업무용 차량은 관례적으로 임기가 끝나면 조합장 개인이 소유하고, 차기 조합장에게 다시 새 차량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지역농협들은 대부분 2000㏄ 이상의 중형차를 업무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유류비 등 차량유지비용도 전액 지원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원 채용 권한도 일부 가진다. 조합장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임시직에 채용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월급 이외에 별도의 업무추진비를 쓰고, 조합명의로 경조금을 낼 수도 있다. 여기에 성과급, 영농활동지원비 등 조합장은 실질적으로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항목도 있지만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은 경조사에 축의·부의금품을 제공하거나 친목회·향우회·종친회·동창회 등 각종 사교·친목단체 회원으로 회비를 내는 행위 등을 의례적 행위로 보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혼탁과열선거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권한을 축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인사권에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대신 무보수 명예직으로 조합장의 지위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특별채용 등 인사권도 인사업무협의회에 전권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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