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아내가 스스로 자해하는 것 말렸을 뿐” 주장
경찰 조사와 국과수 부검통해 ‘타살’로 밝혀져

지난 8일 청주 개신동 아파트의 살인사건 조사과정에서 변사자의 ‘자살’을 주장하던 남편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국과수의 ‘타살’감정이 나오자 범행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4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온 김모씨(47·청주시 흥덕구 개신동)와 동거녀(김00·39)는 양쪽 모두 이혼을 한 뒤 서로를 알게 돼면서 자연스레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이들의 가정생활은 남편 김씨가 실직을 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생활은 어려워졌고, 넉넉치 않은 살림에 생활비마련을 위해 아내는 외판원과 식당일, 파출부 생활을 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성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최근들어 싸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고, 집안에는 온전한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하는 이웃주민은 “정도가 지나치다 할 만큼 시끄럽게 싸워 찾아간 것도 여러번 이었는데 이런 끔찍한 일까지 벌어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당시 상황이 너무 비참하고 충격적이어서 기억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피의자 진술
경찰은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수입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을 한 후 집을 나간 김씨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 ‘헤어지자’고 전화를 한 뒤 당일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의 외박에 격분한 남편은 다음날인 8일 오후 12시 20분경 그녀가 집으로 귀가하자 집에있던 흉기로 가슴과 옆구리 등 11곳을 찌른 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의자는 경찰의 진술에서 이를 부인했다.

김씨는 경찰 진술에서 “7일 수입문제로 말다툼을 한 후 외박을 하고 다음날에 전화를 해 ‘죽고싶다’고 하여 ‘그러면 들어와 같이 죽자’고 달래 귀가한 후 다시 부부싸움을 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흥분한 아내가 주방에있던 칼을 들고 자해하는 것을 보고 말렸지만 이미 여러곳을 찌른 후였고, 119에 신고한 후 병원으로 후송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직후 ‘아내가 자살을 기도하기 위해 흉기로 자신의 가슴과 복부 옆구리 등을 수회 찔러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도중 사망했다’는 신고를 받고 사실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사체의 상해정도와 상처깊이, 변사자의 자살정황, 동거남의 행적과 신고경위 등 석연치 않은점을 토대로 피의자를 집중추궁했지만 그는 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결정적 단서된 한통의 전화
범행시간대 전후 관계인들의 전화통화 확인작업에 들어간 경찰은 김씨가 범행직후 서울에 사는 매형과의 통화에서 ‘아내를 흉기로 몇군데 찔렀는데 숨이 떨어지면 나도 죽겠다’고 말한 통화사실이 밝혀냈고, 결국 김씨는 ‘살인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경찰관계자는 “집을 나간날 밤 김씨는 잠을 자지 못한채 20∼30통의 전화를 동거녀에게 했지만 그녀가 받지 않았고, 다음날 점심무렵 집으로 돌아 왔을때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는 진술에서 변사자가 스스로 자해하는 것을 말린 사실만 있고 직접 찌른 사실은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지만 흉부에 5개소 다리에 2개소를 찌를 정도면 자해로 보기 어렵고, 변사자 왼손가락에 방어창(방어흔적)이 있는 점 등 타살혐의점이 뚜렷해 추가조사를 벌인 결과 이를 스스로 시인하는 통화내용이 밝혀지면서 피의자를 살인혐의로 검거했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오전에 있었던 국과수의 부검결과도 이 사건을 타살로 결론을 내렸다. 부검에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경찰의 수사와 같은 결론을 내렸고, 변사자는 가슴과 옆구리 등 총 8군데를 흉기에 찔린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흉기로 찌른 입구부분이 다리 뒤쪽 아래부분에서 시작돼 허벅다리 앞쪽부분으로 관통한 것은 혼자서는 자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범행사실을 전면부인했던 피의자도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피의자 김씨는 “아내가 ‘헤어지자’고 말한뒤 전화도 받지 않고 외박을 해 흥분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와서도 재차 헤어질 것을 요구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돌이킬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됐다. 이제와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고 지금은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먼저 간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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