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호 (증평세림신경외과의원장)

올림픽도로를 지나 서울을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서울은 낮에는 빌딩의 숲, 밤에는 엄청난 불야성의 별천지’라는 것이다. 해만지면 사방이 깜깜해지는 내가 사는 지방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10여년이 지났어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아직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인구의 수도집중은 중앙집권이 시작된 고려 이후 시작되어 해방후 산업화, 도시화의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심해져, 날이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극으로 치닫고있다. 서울은 넘쳐서 골치고, 지방은 없어서 곯는다.

3공화국의 ‘수도권 인구집중방지대책’이래로 역대정권은 수도권 인구집중억제와 지방활성화를 외쳤지만, 모두 헛구호로 끝났다. 국민의 정부도 내무부를 행정자치부로까지 바꿔놓고 경제위기를 구실로 정작 지방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 뿐만아니라, 말로는 지방활성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수도권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야누스의 두 얼굴같은 정책을 펴왔다.

수도권정비법의 공장총량제를 경제위기를 핑계로 수도권의 신산업 공업배치법개정을 통해 완화하고, 경기도는 신산업천국이 되어 인구는 자꾸 수도권으로 몰려 면적 12%의 수도권에 인구의 48%가 몰려사니 수도권 부동산이 폭등하고 난리이다. 수도권부동산문제를 지방활성화를 통한 인구분산으로 풀어야지, 세금으로 때리고, 김포, 파주, 판교에 또다른 신도시를 만든다고 밀려오는 강물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다 경기도 전체가 신도시로 덮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돈과 권한의 분배. 인구와 기회의 분산, 수도권과 지방의 분업의 ‘3분’이 이루어져 지방이 활성화되어야 수도권과밀현상은 해결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행정수도이전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어 뭔가 이루어지려나 했더니, 지방활성화는 갈수록 지지부진이고, 참다 지친 지방주민들이 지방분권운동이니, 신행정수도 이전운동이니하며 들고 일어섰다. 지방살리기 3대특별법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 상정이 되었는데 언제나 통과돼서 실효를 볼지 까마득하다. 당연히 살려야할 지방인데 왜 특별법까지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그나마 지방발전 3대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지방활성화가 시작될 것 같다.

그러나 지방에서 3대특별법에 정신이 팔린사이 인천에 경제자유특구가 생겨 동북아물류의 중심허브로 키운다고 한다. 국가경쟁력향상을 위해 경제특구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그 특구가 또 수도권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지방활성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권내의 경제특구는 결국 수도권집중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수도권을 받치고 있는 지방의 붕괴는 결국 수도권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역대정권의 오류는 국가발전과 경제발전은 수도권 발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제위기나 경기침체때마다 수도권규제는 완화되고 수도권개발이 촉진되었다. 그것은 수도권에 모든 기반이 잘 돼있고, 투자여건이 좋으니까 정책입안자들은 당연히 초기비용이 덜드는 수도권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과밀에 따른 물류비용의 증가와 같은 역효과로 인해 결국은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지방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진정한 국가경쟁력향상은 있을수 없다. 역대정부는 지방활성화를 말로만 외치다 수도권과 지방사이에서 냉온탕을 왔다갔다하며 우물쭈물하다 끝났다.

세계화시대에 진정한 국가경쟁력의 향상은 지방을 살리고 활성화시키는데서 온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역차별 운운하며 국민포럼등을 동원한 지역이기주의적인 구태를 멈춰야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허구한날 싸움만하지 말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지방발전 3대특별법의 제정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해만 지면 깜깜해지고, 낮에도 사방에 들판밖에 안보이는 시골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지방은 없다. 오직 서울공화국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지방도 지금 무너져내리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