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320→370원, 산업용 280→320원 인상예고
말뿐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대전은 170원

"청주 시민과 기업들은 ‘봉’인가.” 최근 청주시로부터 ‘물 먹은’ 처지가 된 청주시민과 기업체들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내년부터 크게 오르는 물 값 때문이다. 특히 청주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은 같은 대청댐 상수도원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대전산업단지 기업들보다 톤당 110원, 약 40% 가량이나 더 비싼 물을 써야하는 등 물 값 부문에서조차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외치는 청주시의 구호는 기업들에게 ‘헛물켜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게 됐다.

큰 폭으로 오른 물 값
청주시는 상수도 요금과 하수도 사용료를 내년 2월 검침분부터 평균 15%와 19.2%씩 인상키로 지난달 28일 물가대책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청주시는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조례를 개정, 청주시의회에 제출하는 한편 입법예고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청주시 지역의 물값(상수도 요금)은 t당 △가정용이 320원에서 370원으로 △산업용이 280원에서 320원으로 오른다. 또 ‘일반용’으로 통합 적용되는 업무·영업용과 욕탕 2종 수도료는 t당 가격이 △사용량 50t 이하엔 430원 △51∼100t일 경우엔 800원 △101∼300t 930원 △301∼500t 1030원으로 오른다. 하수도료는 △가정용(1∼20t 사용기준)이 t당 210원→250원 △산업용이 320원→380원 △산업단지 처리구역 130원→150원으로 조정된다.

청주시는 “현재의 상·하수도료는 각각 원가의 85%, 52% 수준에 불과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해 인상률을 그나마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청주산업단지내 입주업체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청주산업단지내 200여 개 입주업체가 사용하는 공업용수 가운데 홀로 50%이상을 쓰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사업장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하이닉스만 7억이상 추가부담
현재 하루 평균 1만 8000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물 값으로 30억원(추정)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하이닉스는 공업용수와는 별도로 생활용수의 경우 톤당 1480원씩에 공급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공업용수 값이 톤당 320원으로 인상될 경우 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할 물값(추정치)은 33억 4000만원이나 된다. 3억 4000만원을 고스란히 추가 부감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측은 “인상폭이 너무 커 당황스럽다. 이같은 계산은 내년도에 물 사용량이 올해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내년에 생산활동 증가에 따라 물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경우 7억∼8억원이 순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에 따라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을 중심으로 입주기업들이 물값의 동결을 청주시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혹떼려다 혹붙인 기업들
게다가 청주시는 한술 더 떠 누진제를 적용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200톤 이상 사용할 경우 톤당 335원, 200톤 미만 사용 시에는 톤당 165원으로 책정했다가 청주산단 관리공단에서 “3곳을 빼고 나머지 업체 모두가 200톤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실제 물값 인상률은 훨씬 높은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사용량에 상관없이 320원으로 통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200톤 미만 사용 업체 3곳은 당초의 청주시 계획대로라면 톤당 165원만 부담하면 됐으나 이젠 320원으로 거의 100%나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청주산단 관리공단은 “이래저래 혹 떼려다 혹만 하나 더 붙인 격”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청주시는 “수자원공사가 대청댐 물의 공급가격 인상을 통보해 온 이상 시민과 기업에게 공급하는 청주시의 상수도요금 인상 역시 불가피하게 됐다”며 “더구나 청주시의 상수도 사업은 독립채산제 아래 공기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은 청주보다도 물값이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업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전시의 물값은 공업용수를 기준으로 올해 톤당 가격이 170원으로 280원인 청주보다 110원이나 싸다.

이러니 두 지역간 물값이 왜 이처럼 큰 차이를 내고 있는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앞서, 기업들에게 청주는 물값 경쟁에서조차 대전과는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매력없는 지역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방울도 아껴쓰자”

하이닉스의 자린고비 물절약 노력...70%나 재활용

하이닉스는 청주산단 기업중 단연 ‘하마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워낙 물을 많이 소비해야 하는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소비하는 물은 청주산단 입주 기업 전체가 쓰는 물의 절반을 넘는다.

이렇다 보니 하이닉스가 물 절약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 또한 치열하다. 한푼의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는 기업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물은 더 이상 무한정의 자원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벌이는 물 절약 운동의 백미는 생산활동에 투입돼 나온 ‘폐수’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특수한 정수 시스템 갖추고 자체 가동, 공업용수의 70%나 재활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반도체 공정상 하이닉스는 세광고교 앞쪽에 자리잡은 수자원공사 청주권관리단 소속의 정수장에서 1차 침전 처리된 용수를 받아 순수 증류수에 가까운 물인 ‘DI 수(deionized water)’ 만들어 활용한 뒤 또다시 이 물을 재처리, 활용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 설비팀의 오주홍부장은 “이렇게 재활용하지 않을 경우 우리 회사가 사용해야 하는 물은 하루에 2만 8000톤 내지 3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가 대전보다 물값이 훨씬 비싼 이유

공업용수 대전 170원으로 청주보다 110원이나 저렴        
대전, 대청댐 건설비 부담으로 원수싸게 확보

청주시의 물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청주시가 최근 예고한 물값 인상 방침이 알려지면서 청주시의 값비싼 물값이 새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같은 대청댐 물을 갖다 쓰고 있는 이웃 대전시의 상수도요금과 비교되면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시는 내년도 물값 인상을 결정하면서 “수자원공사가 내년 1월 1일부터 톤당 302원씩 공급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청주시가 수자공으로부터 공급받는 물값은 톤당 268원. 이것을 280원씩(공업용수 경우)에 재공급해 왔으니 청주시는 톤당 12원의 차익을 남겨온 셈이다. 그런데 청주시가 내년부터 공업용수를 320원씩에 공급하겠다고 한 만큼 내년부터 청주시가 톤당 볼 이익은 올해보다 마진폭이 6원 더 늘어난 18원(320원-302원)이 된다.

청주시는 봉이김선달?
청주시는 “이익분은 상수도관 이용료 명목 등으로 받는 것으로 앞으로 노후관 교체 등 시설유지보수 및 직원들 월급재원으로 쓰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청주시의 상수도 요금을 원가대비로 봤을 때 요금 현실화율은 아직도 85%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도 인상요인은 계속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청주시는 몇 년내에 요금을 완전히 현실화(인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는 상수도관로만 제공한 채 수자공이 1차 침전처리한 물을 직접 기업체들에게 보내는 것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청주시가 정수처리 등 별도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물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 있는 때문이다. 더구나 산업단지 내 관로는 기업들이 설치한 것이어서 물값 인상이 과다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업체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수자공에서 물값을 크게 올린 이유도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수자공 역시 세광고 앞 광역정수장에서 1차 침수 처리후 기업체에게 공급하고 있는 만큼 대폭적인 물값 인상의 배경이 폭넓은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청주권 관리단은 “정수장 등 관련시설 투자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 수자공 본사에서 책정한 뒤 건교부의 요금심의위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우리로서는 구체적인 인상배경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최대의 궁금증이 남는다. 청주의 물 값이 대전보다 엄청나게 비싼 까닭은 무엇인가?
대전의 공업용수는 현재 톤당 170원에 공급되고 있다. 청주와는 무려 110원이나 차이가 난다. 하이닉스를 예를 들면 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해된다. 하이닉스의 1일 공업용수 사용량이 1만 8000톤인 만큼 ‘하루 110원×1만 8000톤(하루 사용량)×1년(365일)=7억 2270만원’. 만약 하이닉스가 대전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1년에 물값만 7억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청주시는 “그동안 대청댐 물을 공급받아온 자치단체에서 댐과 광역정수장 등 시설비를 부담해 왔는데 이것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자치단체 사이에서 비등해 왔다. ‘국가소유인데 왜 지자체가 부담하느냐’는 이의제기였던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지난해 말 관련법을 개정, 수자공에서 시설비 전액을 부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청주시는 이에 따라 그동안 부담해 온 시설비 전액을 환수받는 대신 수자공으로부터 현실화된 가격으로 원수를 공급받게 되면서 상수도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들만 이래저래 울상
청주시는 “반면 대전시는 대청댐 건설비를 당초부터 같이 부담한 관계로 톤당 평균 6.66원씩 원수상태로 공급받아 자체 상수도 처리를 거친 후 공급하는 관계로 물 값이 크게 싼 것”이라며 “이런 측면 때문에 청주시와 대전시의 물값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도 “2030년까지 시에서 대청댐 건설비를 수자공과 함께 공동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두 지역에 각기 오랫동안 정주해 온 시민들로선 결과적으로 비슷한 물값을 부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업체들, 특히 새로 입주하는 기업들 경우는 청주지역을 선택한 업체들이 대전지역 기업보다 훨씬 비싼 물값을 내야 한다는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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