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짙은 갈색의 기막힌 조화를 누가 감히 흉내낼 수 있겠는가. 아마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10월 어느 날, 충북도청 정원은 한 폭의 풍경화 자체였다.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생명을 알리는 봄은 봄 대로, 무성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여름은 여름 대로 쉬기에 좋은 곳이지만 그 날은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가을의 절정인 그 날, 그 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청주시청 소공원도 아름답기로는 이에 뒤지지 않는다. 말끔하게 손질된 잔디밭과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 그 뒤에 우람하게 서있는 키 큰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쉬면서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그만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은 큰 차이가 있다. 청주시청은 담장을 허물어 누구든 마음 편하게 출입할 수 있지만, 도청에는 정문·서문쪽 모두 경비실이 버티고 있다. 그 경비실에는 거의 2∼3명의 경비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충북도에서는 물론 중앙초등학교 방향으로 쪽문을 내고 누구나 쉬어가라고 하지만, 도민들의 요구는 ‘완전개방’이다. 그러려면 도청 담장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시청 소공원은 담이 없어 바로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잠시 앉아 있다 가고, 인근 학교 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자연을 감상하고 가기도 한다. 또 민원 때문에 시청을 찾은 사람들이 즉석에서 간담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10월 담장을 허문 청주교대는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탁 트인 학교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더러는 캠퍼스에 들어가 쉬기도 한다. 교대측에서는 차제에 학교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로부터 받은 우수학교 선정 상금 등을 합친 예산과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 6억원을 조성, 연차적으로 연못과 분수대, 산책로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니 우선 수곡동 주민들이 좋아하고, 학생들이 환영한다.

 

그럼에도 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담장허물기’ 사업은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용암초가 첫 번째로 담장을 허문데 이어 현재까지 청주병원, 청주시청, 흥덕구청, 공단공업사, 사직1동사무소, 청주YWCA 회관이 뒤를 따랐을 뿐이다. 각급 학교와 기관의 협조가 저조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도심 한복판의 정원을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 충북도가 담장허무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주시내의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고, 도청 정원은 누구든 와서 쉬고 싶은 곳으로 사랑받을 것이다.

 

담장이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육중한 담이 있어도 각종 보안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가. 담장은 하나의 건축 구조물에 불과할 뿐이다. 봄에는 벚꽃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는 더 없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매미가 맴맴 우는 곳, 요즘같은 늦가을에는 낙엽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고, 흰눈이 쌓이는 겨울은 겨울대로 운치가 있는 도청 정원을 도민들이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방하라. 그렇게 했을 때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시내 주요 학교와 기관들도 이에 협조, 청주시내 전체가 하나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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