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교수·조치원 마을 이장

“기도해야 돼요. 공산당 마귀 물러갈 지어다. 불법 마귀 물러갈 지어다. 폭력 마귀 물러갈 지어다. 불법 노조 물러갈 지어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어느 목사가 한 기도원 설교에서 한 말이다. 그 목사는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닭과 개에 비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바 있다. 이어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2일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도의 사악한 구렁이, 사람을 잡아먹는 뱀인 ‘아나콘다’에 비유하며 모든 민주개혁세력을 그 ‘아나콘다의 새끼들’이라 기도문을 외쳐댔다.

그는 약 25년 전, 경기도 청평에 다 쓰러져가는 우사를 개축, 기도원을 설립한 뒤 질병이나 실패와 절망으로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부자로, 성공자로, 행복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희망의 메신저로 자처해왔다. 지금은 최고의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 대치동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가 주관하는 기도원에는 일 년에 무려 백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간다고 한다. 대단한 축복이다.

그렇게 입신양명, 출세와 성공을 한 목사가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민주세력을 ‘아나콘다’ 내지 ‘그 새끼들’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세력이 결국, 공산당 마귀요 불법 마귀이며 폭력 마귀라는 것이며, 결국 불법 노조도 그 범주에 든다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하고 국회 반대하고 대한민국 발전하고 성장하는 거 반대하는 건, 다 그 새끼들이야, 그 뱀 새끼들이다, 다 잡아야 된다”는 논리다. 현 정부의 정책이나 다수당의 국회, 성장지상주의, 개발만능주의에 반대하는 자들은 모두 아나콘다의 자손들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만약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이 목사와 그를 찾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보면 과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과연 예수의 참뜻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라 볼까, 아니면 예수를 팔아 세상을 어지럽히는 ‘배신자’라 할까?

그런데, 한편으로 이 목사는 단순히 자신의 성공과 출세를 보장해준 그런 삶의 논리와 철학을 솔직히 정당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일반의 지배적인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권력과 돈을 주무르는 자들, 즉 강자들에게 굴복하고 그들을 숭배, 추종하며 연줄과 인맥을 잘 쌓은 뒤 줄을 잘 타고 올라 가끔 십일조나 기부금을 듬뿍 내면서 좋은 일 하는 척하면서도 누군가 그 기득권의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듯 하면 그들을 바로 마귀, 악마, 귀신, 빨갱이, 독사, 악의 축 따위로 낙인찍어 ‘마녀사냥’을 해대야지만 자기 내면의 두려움이 잦아지는 것 같은 그런 가치관 말이다.

그가 “불법 노조”라는 말을 쓰며 마치 불법 노조가 공산당, 불법, 폭력과 동일하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지만, 과연 그는 “합법 노조”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옹호할 것인가? 2009년 내내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와 복수 노조 문제 때문에 노동 현장과 노사정협의체, 국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벌여왔는데 과연 그 목사는 무엇이 논란의 핵심인지 알고나 있는가?

진정 내가 그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우리의 밥상을 채우느라 일 년 내내 고생하는 농민이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 돈이 없어 폭력 앞에 쫓겨나야 하는 철거민들, 사회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는 자들, 이런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단결하고 저항하는 행위가 구도자 예수의 참된 메시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에 반하는 것인지? 한편, 그 목사가 표현한 “아나콘다와 그 새끼들”에 속하는 이들은 과연 노동자, 농민, 지방민, 철거민, 민주세력들인지, 아니면 불철주야 가리지 않고 성공과 출세의 탐욕에 절어 불법 투기, 위장 전입, 곡학아세, 아부와 위선, 부정부패를 밥 먹듯 하는 기득권 세력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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