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본 충북·단체장 1년>

MB정부 세종시 약속 헌신짝, 도민 저력 모을 때
단체장 잔여임기 6개월, 이젠 ‘유종의 미’ 거둬야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逐鷄望離(축계망리)의 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와 장·차관 인사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기축년을 보내고 경인년을 맞는 충북인의 심상은 허망하다. “세종시는 계획대로 건설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세종시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經國之大業(경국지대업)인만큼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磨斧作針(마부작침)의 심정으로 비수도권 주민들은 힘을 모으고 집중해야 한다. 정우택 지사와 12개 시·군의 수장들의 지난 1년을 고사성어를 통해 돌아봤다.


多岐亡羊(다기망양) 정우택 충북지사

‘여러 갈래 길에서 양을 잃다’

여당 소속의 정우택 충북지사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세종시 수정방침이 가시화된 이후로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차기 공천을 생각하자니 일단 당의 뜻을 따라야하지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예선이 아니라 본선이다. 11월까지만 해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 지사는 12월3일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과 가진 조찬회동을 기점으로 원안고수 쪽에 일단 승부수를 던졌다.

정 지사는 그동안 재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나 이번 결심 이후에는 또 다른 정치적 행보를 점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권출마를 위해 수도권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있고 박근혜의 결심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여러 갈래 길 앞에서 양을 잃을 수도 있는 多岐亡羊(다기망양)의 형국이다. 혼란스럽겠지만 정 지사가 양을 잃지 않을 유일한 방책은 오직 민심을 따르는 것이다.  

螳螂捕蟬(당랑포선) 남상우 청주시장
‘눈앞의 먹잇감 때문에 뒤를 보지 못할라’

남상우 청주시장은 저돌적이다.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눈치우기’에서도 그 성향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청주·청원통합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남 시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화끈하게 통합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으리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청원군의회 의원을 지나치게 자극한 것이 오히려 어려운 국면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남 시장은 ‘청원군의원들이 통합에 찬성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언론에 흘렸다가 피소되기도 했다.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이 사건은 통합반대특위를 구성케 하는 원인이 됐다.

남 시장의 이 같은 저돌성은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는 螳螂捕蟬(당랑포선)의 형국이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의 전말은 사마귀 뒤에 꾀꼬리가 있고 꾀꼬리 뒤에는 이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도내 시장·군수 가운데 제일 먼저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며 세종시 수정을 두둔하고 나선 남 시장의 적극성(?)을 지켜보노라면 당랑포선의 교훈이 떠오른다. 
  
養虎遺患(양호유환) 김호복 충주시장
‘호랑이를 길러 근심을 남겼다’

내년 충주시장 선거에서 김호복 충주시장의 강력한 맞수로 예상되는 인물은 부시장을 지낸 우건도 전 부시장이다. 우 전 부시장이 지난해 초 부시장으로 취임해 연말 퇴임할 때 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우 전 부시장이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위 사무총장에 발탁된 뒤 갈등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 돌연 사퇴하며 갈등은 대결로 치달았다. 우 전 부시장은 이후 민주당에 입당하며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 해 한나라당 소속 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충주고 선후배이기도 한 김 시장과 우 전 부 시장의 격돌로 충주시장 선거는 도내 가장 큰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시장이 호랑이를 길러 근심을 남겼다는 養虎遺患(양호유환)과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으며 이것이 김 시장의 자충수인지의 여부는 선거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黨同伐異(당동벌이) 엄태영 제천시장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것을 무조건 배격하다’

도내 시장·군수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대체적으로 당론을 받아들여 수정안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정부의 수정안이 1월11일에야 나온다는데도 수정안 찬성 쪽에 힘을 싣는 것은 전술적으로도 불리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도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당론에 줄을 서는 것은 일단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세종시 원안고수'란 말도 되지 않는 선동정치와 포퓰리즘에 의해 여론이 오도되고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엄태영 제천시장의 발언은 맹목적 충성에 가깝다.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것을 무조건 배격한다’는 黨同伐異(당동벌이)의 형국이다.

前虎後狼(전호후량) 김재욱 전 청원군수
‘앞문의 호랑이 막으니 뒷문의 이리가 나온다’

김재욱 전 청원군수는 미원면에 조성중인 골프장과 관련해 2008년 4월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검찰수사 결과 세무 공무원 출신인 시행업체 대표가 재직당시 세무조사 무마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불똥이 김 전 군수에게 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군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청주시와의 통합반대 차원에서 주민들을 모아 실시한 버스투어. 통합지역을 시찰함으로서 통합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이 선고돼 군수직을 잃고 만 것이다. 前虎後狼(전호후량).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의 이리가 나온다’는 말이 뇌물수수 의혹을 벗었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김 전 군수에 비유된다.
 
間於齊楚(간어제초) 유명호 증평군수
‘강자들 틈에 끼어서 괴로움을 겪는다’

중국의 주나라 말엽 등나라가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서 괴로움을 겪었다는 데서 유래된 間於齊楚(간어제초). 증평군은 청원과 괴산, 진천의 틈새에 끼인 인구 3만3000명의 작은 지역이다.

괴산에서 분리해 자치단체가 됐지만 또 다시 통합제의를 받게 된 것이 이런 현실을 말해준다.  태양광 산업을 유치해 청정지역 이미지 부각에 골몰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날이 갈수록 사회적 거리가 짧아지기만 하는 가운데 미니 자치단체로서 겪는 설움과 피곤함은 내년에도 계속될 듯하다.

描虎類犬(묘호류견) 유영훈 진천군수
‘호랑이를 그리려 했지만 개와 비슷하게 되었다’

진천군은 수도권 접근성을 기반으로 시 승격을 목표로 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도시형 복합산업단지와 레저용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JC프로젝트.

지난해 10월 시행업체와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 구상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금융권의 참여기피가 주원인이라지만 시행업체의 양해각서 위조 파문과 신뢰성 시비 등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유 군수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진행한 이들 정책사업들이 호랑이해에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와 비슷하게 됐다는 描虎類犬(묘호류견)이 되지나 않을는지….

隔靴搔양(격화소양): 임각수 괴산군수
‘신발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어본들 시원 하겠는가’

임각수 괴산군수는 튀는 언행으로 지난해 여러 차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연초에는 행정사무감사 증인출석을 거부했다며 충북도의회가 과태료를 거부하자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으며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행정체제 개편을 반대하자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괴산으로부터 독립한 증평군에 대해 다시 통합할 것을 제의해 커다란 반발을 샀는가 하면 청주·청원 통합을 거들고 나서는 등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얻은 성과는 거의 없다.  되레 증평과의 통합 제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표가 결집되는 반발효과 까지 나타났다. 신발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어본들 시원할리 없다는 隔靴搔?(격화소양)이 2009년 임 군수의 튀는 행보와 제법 어울린다.

輕조浮薄(경조부박) 박수광 전 음성군수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신중하지 못하고 가볍다’

박수광 전 음성군수는 김재욱 전 청원군수와 함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불명예를 안은 채 경인년을 맞게 됐다. 박 전 군수는 200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39차례에 걸쳐 자신의 업무추진비 2230만원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선거구 주민들의 기념일 또는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거나 민원인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 모두 벌금 200만원 형이 선고됐다. 결국 구랍 24일 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돼 직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사무관 승진과 관련한 금품수수, 고가의 명절선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대규모 공사 하도급 압력 등 의혹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소문은 소문이라 하더라도 말과 행동이 신중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輕조浮薄(경조부박)을 되새겨 봄직하다.

勞而無功(노이무공) 이향래 보은군수
‘애는 썼으나 아무런 보람이 없다’

이향래 보은군수는 최근 음해성 투서와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음해와 루머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생각지도 않은 불똥이 튀어 곤욕을 치를 수도 있고 일단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민출자기업 (주)속리산 유통이 불과 3개월 만에 좌초되면서 보증채무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끌벅적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 문제는 채무보증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군수를 지지하는 쪽과 의회를 지지하는 측이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나는 勞而無功(노이무공)의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찾는 셈’이니 그야말로 노이무공이다.  

爲人設官(위인설관) 한용택 옥천군수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다’

한용택 옥천군수는 2009년 정실인사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다. 측근을 요직에 기용한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당시 선거를 도왔던 운동원들을 대거 청원경찰에 채용한 것이다. 한 군수가 취임한 이후 채용한 청원경찰은 모두 7명. 이 모두가 선거운동원 출신이거나 친인척이니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후보시절 운전기사, 선대본부장 운전기사를 필두로 여성위원장 아들, 자신의 조카, 측근 공무원들의 아들들이 그 대상이 됐다.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爲人設官(위인설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민선시대 들어 측근을 챙겨주는 이 같은 신(新) 위인설관은 비단 한 군수의 허물이라기에는 관행이 됐다.
 
心腹之患(심복지환) 정구복 영동군수
‘내부의 화근으로 인해 생긴 병폐나 근심’
 
‘형님행보’ 때문에 속을 썩인 권력자가 한둘이 아니다.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도 형님인 이상득 의원의 언행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지역에서는 정구복 영동군수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한순희 영동군의회 의원은 2009년 4월 임시회에서 정 군수의 형이 자신을 취재해 보도한 신문기자를 찾아가 의원의 거짓말을 기사화했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내용인 즉 정 군수가 치적과 관련해 거짓서류를 만들어 홍보하고 다녀 한 신문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았으나, 군수의 형인 A씨가 기자를 찾아가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부의 화근으로 인해 생긴 心腹之患(심복지환)이다.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盤根錯節(반근착절) 김동성 단양군수
‘서린 뿌리와 뒤틀린 마디처럼 얽히고설키다’

김재욱 청원군수와 박수광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6개월 앞두고 물러난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김동성 단양군수의 심사는 착잡하다. 김 군수 역시 2009년 3월 열렸던 적성대교 준공식에서 주민 600명에게 450만원 상당의 점심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선관위에 적발돼 두 달 뒤 검찰에 고발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벌인 제천지청은 ‘식사제공 기부행위의 주체를 군수로 볼 수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했고 대전고검도 항고를 기각했지만 선관위가 다시 재정신청을 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 군수는 얽히고설킨 盤根錯節(반근착절)의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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