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관련 민간단체 간담회, 정부 성토장 방불
한나라당측 인사 참석 거부, 비공개 방침도 철회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19일부터 1박2일 간의 일정으로 충청권을 방문했다. 취임 이후 벌써 네번 째 충청권 방문이며 충북은 첫 걸음이었다.

하지만 청주에서 진행된 간담회는 참석 인사들의 강도높은 비판으로 대정부 성토장이 됐고 퇴진 요구까지 받은 정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주에서 놀란 정 총리는 대전지역 간담회 참석자를 한나라당 당직자로 채우는가 하면 비공개로 진행해 비판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정 총리의 세종시 행보와 청주 간담회의 이모저모에 대해 정리해본다.

정 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CJB청주방송에서 세종시 관련 대담 프로그램을 마친 뒤 오후에는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에서 도내 민간사회단체 관계자 18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인사는 총리실의 제안을 받은 청주 미래도시연구원에서 섭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인사의 면면을 보면 지역 정치인은 가능한 배제한 인선이었다. 현역으로는 한나라당 권광택 도의원이 유일하게 포함됐을 뿐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당직자들이 배제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미래도시연구원에 항의전화를 했다는 것. 또한 1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호텔 간담회장에 한나라당 한대수, 오장세, 맹정섭씨와 안성호 충북대 교수 등의 자리가 미리 마련된 상태였다. 총리실측에서 참석자로 통보한 7명(부지사, 지방경찰청장 등)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5명의 자리가 추가로 배치된 것.

이에대해 지역 참석인사들은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 총리가 무슨 얘길 들으려 하느냐, 당초 참석자로 사전 합의된 명단 이외에 포함시킨다면 간담회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결국 한나라당 인사등 추가된 5명의 자리를 없애고 말았다.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해 세종시라는 핫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에 집권당 관계자들이 퇴장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간담회 시작전 기선을 잡은 참석 인사들은 총리실의 비공개 진행이라는 사전약속도 문제삼았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기 위해 왔다면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지 못하는가"라고 따졌고 정 총리는 취재기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 가진 주민간담회 가운데 전 과정이 공개된 것은 청주 간담회가 처음이었다.

먼저 첫 발언에서 이상훈 충북개발회장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훌륭한 지도자로서 후세에 기록되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충청권 주민이 원하는 게 뭔지 잘 듣고 가슴에 꼭 담고 가길 바란다"고 하자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로 자존심 상하고 지역 민심 흉흉해 여러 가지 섭섭할 것이다. 그러나 충청 발전을 위해 세종시는 수정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박연석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 저지 충북비대위대표는 "충북 도민들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피해의식을 심하게 갖고 살고 있다. 수정안 자꾸 얘기하지말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다만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경제난 등 이런저런 문제 심각하고 어려운데 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 충북이 국가정책 잘 따르지만 이번 만큼은 목숨 내놓고 반대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살펴서 대통령께 진솔하게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유철웅 민간사회단체협의회장은 "최근에 행정연구원서 행정기관 분산됐을 때 행정비효율 등으로 낭비되는 돈이 100조원이나 된다고 발표 했는데, 지난 2004년에는 행정기관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 170만명 줄고, 교통혼잡비용 등 20년간 모두 178조원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며 "5년만에 이런 차이가 나는 조사결과를 내놓는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냐. 국민은 어떤 것을 믿어야 하나. 충청도가 원하는 것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며 500만 충청인의 자존심이고 바람"이라고 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충청도민이 세종시 원안 수정을 원한적 있는가. 없다. 여야 합의와 헌재 판결, 이전 정부의 정책화 과정 등 민주적 원리에 의해 이뤄진 것을 정권이 교체됐다고 바꾸겠다고 하는 명분이 뭐냐"며 "국민 무시하고 강권으로 하는 것은 결국 세종시 백지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충청 총리라고 하는데 대통령에게 원안 추진밖에 없다고 직언하고 국정 혼란을 종식시켜달라"고 몰아세웠다.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는 "세종시는 어떤 수정안도 원안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 공주에서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옮겨갔다. 충주에 있던 충북도청이 청주로 왔다. 그후 공주와 충주는 침체가 되고 대전과 청주는 얼마나 발전했나. 도청 이전이 이렇게 큰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중앙부처가 옮긴다면 어떻겠는가. 그런데 행정부처만 오면 유령도시 된다고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대표는 "경기도가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한 것을 보면 세종시가 행정도시가 되면 수도권 인구 200만 명 감소하고, 전국 모든 지방은 인구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GRDP도 충북 61조를 비롯해 전국이 모두 늘어난다고 나왔다"며 "그런데 행정은 빼고 모두 주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대통령 설득하라. 안되면 총리직을 버려라. 아니면 총리 퇴진 운동 하겠다.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신모 청주대교수는 "세종시 수정하려면 국가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 민주주의의 절차성을 포기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포기되면 현 정부의 가치성도 포기될 수밖에 없다. 원안대로 추진돼야 하고 자족 기능 떨어진다면 플러스 알파를 가미해서 해야 한다"며 "수도 분할 안 된다고 하는데 지금도 서울과 과천, 대전으로 행정기능이 분리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욱 청주국제공항활성화추진위원은 "혁신도시가 정상 추진됐을 때 충북에 오는 공기업의 예산은 5000억 원, 전남은 31조여 원, 강원도 22조9000억 원, 제주도 15조 원 정도 된다. 이는 행정도시가가 왔을 때 충북이 덕을 본다고 해서 이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결국 행정도시가 수정될 거라면 혁신도시 공기업 배치도 근본부터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비판했다.

총리의 말바꾸기, 결론은 ‘부처이전 백지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나도 안 갈 수도 있고, 다 갈 수도 있다." (2일, 관훈클럽 토론)

"저희들이 마음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민관합동위원회에서) 부처 이전이 전혀 없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7일, 국회 예결위)
"행정부처 이전에 따른 비효율 때문에 차라리 수도를 다 옮기면 옮겼지 일부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19일, CJB청주방송 출연)

정운찬 총리의 청주방문으로 확인된 것은 행정도시 백지화에 대한 확고한 방침이다. 그간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최대한 말을 아끼던 그가 직설화법을 쓰기 시작하며 세종시 수정에 대못을 박고 있다.

앞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거나 "부처 이전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협상과 설득의 여지를 마련하려던 모습은 사라졌다. 권태신 총리실장도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부처를)축소 이전하면서 플러스 알파를 준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충청권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는 충청권을 제외한 지역의 여론이 수정론으로 기울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높아지는등 여론의 추이가 달라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1일 발표하기로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충청도민의 반발수위가 국회 통과여부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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