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확 정책벼의 일방 수매를 요구한 정부 결정에 대해 농협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해당 품종 경작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천시 농협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역 농가에 정책적으로 권장한 삼천, 중화 등 2개 벼품종의 산물벼 품질이 오대벼 등 타품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데다가 이로 인해 발생한 적자분에 대해 정부 측이 명쾌한 보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2대 품종의 수매를 거부했다.
시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쌀 수매로 인한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전국 농협 RPC(도정공장)를 통한 일반 수매를 장려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각 지역 농협이 떠맡고 있어 경영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제천시 농협은 지난 98년 총 48여억원의 비용을 들여 RPC를 건립했으나, 정작 RPC정책을 권장한 정부 예산에서 지원된 보조금은 14억원에 불과해 34억원의 비용을 제천 농협이 떠 안아야 됐다. 또한 제천시 농업기술센터가 다수확 품종인 삼천, 중화 등 2대 조생종 벼를 농가에 권장 보급 후 제천 시농협에서 수매해 이를 처리하는 데만 6억 5000여 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관계자는 “날씨가 추운 제천 지역에서는 조생종의 오대 벼를 제외한 다른 품종은 재배가 어렵고, 미질도 떨어진다. 그런데도 농업기술센터는 제천지역 기후에 적합한 품질좋은 벼를 생산하는데 전력은 안하고 생산자도 먹기를 기피하는 다수확 품종인 삼천 중화 등의 벼를 미질이 우수하고 밥맛이 좋다며 농가에 권장 재배하여 농협에 수매를 요구했고, 이를 믿고 벼를 도정 판매한 농협은 막대한 비용 손실만 입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농협은 제천시와 충북도, 정부 등에 정책쌀 수매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6억여 원의 농협 손실을 보전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올해 지원비 명목으로 책정된 금액은 시비와 도비를 합해 5332만 8000원에 불과해 농협 측으로서도 선뜻 수매를 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수매 약속만 믿고 이들 다수확 벼를 재배한 농가 역시 판로와 가격 등을 보장받지 못하게 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천시가 집계한 제천 지역의 금년도 벼 총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40톤 증가한 1만 5876톤. 이 중 삼천, 중화, 대진 등 3대 다수확 벼는 33%가 넘는 5371톤이다. 정부가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팔릴 수 없는 쌀이 제천에서만 5000톤이 넘는다는 계산인 셈이다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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