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게임이 좋은 불혹의 피터팬…‘강호동新맞고’로 업계 대표주자 등극

 

매일 아침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학창시절 전자오락실을 전전(?)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PC게임에 열중했던 그는 불혹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게임에 몰두한다. 마음에 드는 게임이면 하루도 좋고 일주일도 좋다.

자신의 인생에서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는 그는 현재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대표가 돼 있다. 이번 호 ‘그리운 충북’이 만난 사람은 조경민 퍼니빌 대표(42·강남구 도곡동)다.

청주 출신으로 충북고를 거쳐 포항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광이다. 대학시절 새롭게 출시된 RPG( Role-Playing Game)의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 룸메이트와 일주일간 쉬지 않고 게임을 한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게임을 좋아했던 소년은 청년이 되면서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졸업 후 벤처기업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2001년 대학 선후배와 함께 게임개발업체를 설립하고 웹게임으로 게임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불후의 명작 만들고 싶다”
조 대표의 꿈은 테트리스다. 중년의 독자들도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게임계의 베스트셀러가 테트리스다. 테트리스는 지금도 원작은 물론 여러 형태로 진화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다. 조 대표는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조작법을 익히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듬해인 2002년 웹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영역을 옮겨 갔다. 휴대폰의 숫자 버튼 몇 개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조 대표가 꿈을 실현하기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성장성도 눈에 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3100억원이다. 업계는 올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가 4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애플 아이폰은 모바일 게임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는 일대 혁명으로 받아들여진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이폰을 출시한 KT는 출시 전 예약구매건수가 6만건을 넘겼다고 발표하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아이폰 출시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흥분시키는 이유는 애플이 운영하고 있는 앱스토어(App Store)라는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 때문이다. 앱스토어는 서비스 개시 1년반만에 10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응용 소프트웨어)이 등록됐고, 다운로드 수는 20억건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가운데 60%이상이 게임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앱스토어는 가격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모바일게임업체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는 이동통신사와의 관계 등 외부적인 환경이 아닌 게임의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퍼니빌의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기회의 땅 ‘앱스토어’
조 대표가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강호동신맞고’의 개발이다. 수요자들은 2500~3000원의 정보이용료를 납부하면 쉽게 휴대폰에서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지만 개발자들은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퍼니빌을 설립한 뒤 조 대표는 그 동안 구상해왔던 게임을 하나씩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600개 개발업체가 난립한 상황에서 상품화한다고 해도 개발비조차 뽑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모바일 게임산업의 첫 번째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 2003년, 퍼니빌은 8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드래곤라자’라는 RPG를 선보였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이 외에도 연간 3~4개의 상품을 내놓았지만 선방하는 수준이었다.

유명인 음성 승부수 ‘적중’
기회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한 이동통신사가 공모한 심사에 출품을 위해 1개월만에 만들어 낸 ‘강호동新맞고’가 전체 게임 가운데 2위를 차지했고, 모바일 서비스 개시 첫날 12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200만건에 육박했다. 단일 게임으로 200만건의 다운로드를 올리는 것은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고스톱 게임의 추세는 스토리였다. 상대를 이기면 더 힘겨운 상대를 만나고 마지막에는 보스를 이기고 무림을 평정하는 식의 이야기다. 하지만 퍼니빌은 스토리가 아닌 음향에 중점을 뒀다. 모바일 고스톱 게임에 유명 연예인의 음성을 이용한 것은 ‘강호동新맞고’가 최초였다.

조 대표는 “당시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을 꺼내들고 ‘강호동新맞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든 게임에 열중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나기도 했고, 쑥스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1개월만에 만들어낸 ‘강호동신맞고’는 퍼니빌에 40여억원의 이익을 가져다 줬고, 사세도 크게 성장했다. 이후 선보인 ‘강호동新맞고플러스’ ‘강호동新맞고2’도 평균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조 대표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게임빌 컴투스 2곳의 대형업체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업체가 60~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나눠 갖는 형태”라고 설명하지만 퍼니빌의 경쟁력은 업계에서도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경쟁력이 없던 부실 업체들이 대부분 퇴출돼 600개 업체가 현재는 50~60개로 줄어 퍼니빌의 미래는 더욱 밝다.

언젠가는 고향으로 내려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조 대표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게임이 있다. 현재 이 게임을 개발 중이고, ‘강호동新맞고3’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관심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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