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각종 행사에 자치단체장 모두 불참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 행정사무감사 때나 지적 ‘씁쓸’

‘행정도시·혁신도시·첨복단지 사수를 위한 충북도민 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24일 행사장에는 민주당·자유선진당·시민사회단체 관계자만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및 도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김광수 충북도의원(민주당·청주)이 지방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19일 있었던 ‘행정도시사수 충북지역 민·관·정 대책회의’에서도 각 정당과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관련 행사에 적극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 행정도시·혁신도시 사수를 위한 충북도민 궐기대회(사진) 등 행정도시와 관련된 행사가 연일 열리고 있으나 시민사회단체만 고생할뿐 정치권과 자치단체장들은 관심조차 없다. 모두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만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행정도시를 백지화하고 이 자리에 기업도시, 경제도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만들겠다고 날마다 한 가지씩 내놓는 이 마당에 충청권이 힘을 결집하지 않으면 정부에 당하고 말 것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 사회단체만 목소리를 내서는 행정도시를 지킬 수 없다. 당연히 자치단체장과 각 정당, 지방의원 등 책임있는 사람들이 앞장서고 도민들이 그 뒤를 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책임있는 충청권 단체장들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는 “이완구 충남도지사, 정우택 충북도지사, 박성효 대전시장 등 충청권 3개 시·도광역단체장들은 ‘행정도시 사수 민·관·정 대연석회의’에 참여하는 대신 광역단체장 3자회동을 통해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지난 3월26일 대전역에서 진행된 ‘행정도시 정상추진 및 지방살리기 충청권 궐기대회’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긴급하게 광역단체장 3자회동을 가진 것과 같다.

이번에도 대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물타기 행사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3개시·도 광역단체장들은 행정도시 백지화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 특히 이완구 도지사는 참여정부 말기 17대 국회 그 아까운 시기에 ‘세종특별자치시’의 법적지위를 기초단체인 도농복합특례시로 해야 한다며 연일 국회에 도 고위 공무원을 상주시키면서 방해한 책임이 크다. 이제는 머리띠를 매는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삭발결의라도 보여야 할 때이다. 우리는 3개 광역단체장에게 요구한다. 지긋지긋한 정치놀음 중단하고 무조건 행정도시 사수투쟁에 결합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행정도시사수를 위한 충청권 단체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이완구 지사와 정우택 지사, 박성효 시장, 김재욱 군수의 책임론이 항상 나온다. 이완구 지사는 행정도시를 충남 기초지자체로 하기 위해 세종시특별법 통과의 발목을 잡았고 정 지사와 박 시장은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또 김 군수는 청원군 주변지역 편입을 빼달라며 연일 국회에 가서 농성을 벌여 역시 법 통과를 막은 ‘공적’으로 통한다.

정우택 지사는 지난 19일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국무총리에게 충청권 시·도지사와의 만남을 건의했다. 정운찬 총리가 행정도시를 기업도시가 아닌 경제도시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다음 날 일어난 일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던 정 지사가 세종시 수정안은 균형발전 개념이 전혀 없고 지방을 죽이는 정책이라는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충북도의 기업유치와 상충되기 때문이었다.

정 지사 스스로도 “충북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과 상충된다. 세종시에 첨단의료시설을 집어넣겠다고 하면 첨복단지 선정을 위한 피말리는 경쟁은 왜 시켰는가. 행정도시가 기업중심도시, 경제도시로 변질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내년 선거 공천에만 관심

이에 대해 뜻있는 도민들은 “그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면 괜찮다는 것인가. 충북도에 피해만 안주면 세종시는 백지화돼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세종시 원안추진이 중요하다. 행정도시는 참여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의 핵으로 탄생된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충북에서는 끝까지 원안추진을 고수해야 한다”며 도지사의 적극 대처를 원했다.

아울러 일언반구 말이 없는 남상우 청주시장과 김재욱 청원군수의 태도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충북지역 민·관·정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양 지역의 참여를 촉구했다. 행정도시가 무산되면 청주·청원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군수는 연기군수처럼 삭발과 단식투쟁을 통해 행정도시 사수 의지를 보이고, 남 시장 또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행정도시가 백지화될 경우 호남고속철도오송분기역,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청주국제공항활성화 등 청주·청원의 현안사업이 비틀거릴 것임은 명약관화한데 어찌 노력없이 열매만 따먹으려 하느냐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모 씨는 “자치단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문에 한나라당 중앙당 눈치를 보느라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데 정말 실망스럽다.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23일 충북도의회 건설문화위원회의 충북도 행정사무 감사 때 의원들은 행정도시 수정안에 대한 도의 소극적인 대처를 집중 성토했다.

의원들의 지적은 틀리지 않으나 이들 의원 또한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대외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아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인 이들은 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관련 행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이루기 위해서는 특히 충청권의 결집된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내년 선거 때 표로 심판하자는 게 도민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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