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장 출신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엔 예산까지 지원
"헌법이 보장한 정신 계승… 역사적 의미·성격 다르다"

▲ 충북 4.19기념사업회가 내년 4월 청주상당공원에 조성하려는 (사진왼쪽)4.19혁명기념탑 조감도와 청주의 한 사찰에 설치된 (사진 오른쪽)고노무현 대통령 추모비.
<4.19기념탑 상당공원 건립 형평성 시비>충북 4.19기념사업회가 시·도비를 지원받아 내년 4월에 청주상당공원에 4.19혁명기념탑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더욱이 시민의견수렴 한번 없이 예산 지원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해 7월 진보단체가 청주상당공원에 설치하려던 고노무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은 불허 해 놓고 전직 시장출신의 기념사업회장이 추진하는 4.19혁명기념탑 설치는 예산까지 지원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노무현 대통령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원회)는 지난해 7월10일 노 대통령의 49재에 맞춰 시민분향소가 설치되었던 청주상당공원에 추모 표지석을 설치하려 했으나 보수단체의 반발과 청주시의 불허로 설치하지 못했다.

시는 당시 여론조사를 인용해 노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청주상당공원에 추모표지석을 설치해선 안된다는 도시공원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도시공원심의위원회가 근거로 한 여론조사에 대해 추모위원회는 강하게 왜곡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노대통령 추모비 보수단체 밀려 사찰행
이후 노 대통령 추모표지석은 임시로 수동성당에 안치했다가 청주근교의 한 사찰에 설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헌법 전문에서 정신을 기리도록 한 4.19혁명기념탑과 노대통령 추모표지석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며 "추모위원회는 처음 정식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주시 이창세 공원녹지과장은 "추모위원회는 당시 49재 기념행사에 맞춰 도시공원 일시점용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하자 추모표지석 설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정식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반면에 4.19기념사업회는 올해 초부터 관련기관을 찾아다니며 예산지원을 이끌어내고 정식 신청을 한 상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추모위원회 김연찬 교수는 "자유당 정부의 불법선거와 비민주성에 항거해 봉기한 학생과 시민들의 뜻을 기리는 4.19혁명기념탑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며 "다만 정식적인 절차를 밟았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노대통령의 추모 표지석이 설치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4.19기념탑이 설치되면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상당공원, 4.19혁명 3대 진원지 역사성 갖춰
충북 4.19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4.19혁명 50주년이 되는 내년 4월19일에 청주상당공원에 기념탑을 설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다. 기념사업회가 처음 청주사회복지과에 기념탑 설치 제안서를 제출한뒤 도시공원심의위원회에 '청주 삼일공원'과 '청주 상당공원'이 후보지로 올랐으나 '상징성'과 '역사성'면에서 청주상당공원으로 결정됐다.

사실 청주 상당공원은 4.19혁명의 시초가 된 지난 1960년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과 시민 봉기의 3대 진원지 중 하나다. 당시 청주대학생과 청주상고, 청주공고, 청주농고, 청주고, 청주여고 등 6개고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던 장소로 충북경찰국과 경찰서가 자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 김현수 회장은 "4.19혁명 일은 헌법이 보장한 국가 기념일이다. 헌법 전문은 4.19정신을 계승 발전 시킨다고 명시돼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존중하지만 역사적 의미와 성격이 다른 만큼 달리 봐 줬으면 한다"며 "회장단 10여명이 모여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방행정 아쉬움… 추모비 설치기회 줘야
김 회장은 기념사업회에 대해 "4.19혁명이후 연합회로 꾸려 왔다. 지난 2007년 4월19일 내가 40여년간 연합회장을 맡아온 공로로 국가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서 충북기념사업회로 재 창립하게 됐다. 기존 40여명의 회원은 현재 450여명으로 늘었고 기념사업회와 장학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19혁명 50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 기념탑을 설치하기 위해 청주시 사회복지과에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충북도와 도교육청으로부터 각 1억원씩 2억원, 청주시로부터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모두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주시와 함께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시공원심의위원회가 자문을 해 준 정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도시공원조성계획변경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완전히 허가해 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추모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지원과 설치장소가 결정된 상황에서 허가행위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며 "노대통령 추모표지석 설치에 대해서도 재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공덕비 설치 도심공해"
이대성 청주시의회 의원 '도시조형물 설치조례' 추진

▲ 이대성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
한편 이처럼 도심공원에 조형물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청주시의회가 각종 기념조형물에 대한 명확한 설치기준과 관리 규정을 담은 '청주시 기념조형물설치에 관한 조례안'을 준비중에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이대성(영운 용암1·2동·사진)의원이 내년 1월중 대표 발의를 위해 추진중인 관련 조례는 각종 기념 조형물을 설치함에 있어 주변경관과 어울리도록 미적요소와 정확한 사실을 기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조형물의 규격과 재질, 설치장소를 제한해 무분별한 난립을 예방하도록 돼 있다. 특히 시민대표와 문화예술인, 관련공무원이 참여하는 기념조형물설치 심의위원회를 반드시 두고 설치목적을 위배하는 각종 기념조형물에 대해선 시정 또는 철거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치단체장(시장)이 임기 중에 자신의 업적을 담은 조형물을 제작 및 설치 할 수 없도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조형물 설치관련 조례는 지난해 7∼8월께 시민사회단체 의견수렴을 거쳐 청주시 도시계획과(집행부)의 관련법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청주시의회 이대성 도시건설위원은 "전직 시의원들의 공덕비와 각종 직능단체의 기념비가 무분별하게 청주시 도심 공원과 대로변에 설치되면서 도심 미관을 헤치는 공해로 전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미 설치된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앞으로 설치되는 조형물은 관련 기준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만 설치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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