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가래떡 데이다. 전국 시·도청엔 농민들의 야적시위로 볏가마가 울타리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은 농민들이 왜 야적시위를 벌였는지 모르는 이가 더 많았다. 연인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에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빼빼로 과자 매출도 2배로 뛰었다고 한다. 국적불명의 빼빼로 데이는 제조사의 상술에 의해 탄생했다.

농민들은 대풍에 쌀값이 폭락해 울상인데 학생들은 이성친구들에게 마음을 고백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단적인 예로 유모차를 끌고 집 앞 공원을 산책했던 아내가 진풍경을 전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빼빼로 과자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기자도 평소 화이트 초콜릿과 아몬드 빼빼로를 좋아하는 아내에게 퇴근길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 기자에게 아내는 정작 시골집에서 싸 왔던 가래떡을 밥통에 찌어 건넸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농민의 자식보다 더 농민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쌀 대풍으로 지난해 비해 추곡수매가가 16%정도 줄었다고 한다. 40㎏들이 쌀 1가마에 4만7000원 정도에 거래됐다는 얘기다. 기자의 기억으로 지난해 시골집 추곡수매가는 1등급에 5만4520원 정도였다. 그 때에 비해 7520원 정도가 줄었다는 얘기다. 농민들은 쌀소득보전금의 확대와 북한 옥수수지원을 쌀로 바꿔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귀담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민들은 오르는 생산단가에 비해 한 없이 추락하는 쌀 수매가에 탄식만을 쏟아 냈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야 1평당 700원 안팎 남기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처럼 암담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청주시 쌀 전업농들이 가래떡 데이(11.11)를 맞아 우리쌀 소비 촉진과 친환경 병해충 방제를 도와준 청주시 공무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가래떡을 전달해 훈훈한 미담이 됐다. 그 양도 쌀 7가마 무려 560㎏으로 만든 가래떡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해 쌀 소비 촉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자로 '十一月(십일월) 十一日(십일일)'을 종으로 썼을 때에 ‘土월土일이 된다’는 것에서 착안해 '흙토'를 상징하는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더욱이 농민의 날인 11월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정해 농민들을 위한 쌀 소비 촉진운동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농민의 날을 맞은 충북의 농심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피땀 흘려 지은 한해 농사가 헐값에 거래되자 생산단가에도 맞지 않는다며 논을 갈아엎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가래떡 데이’가 활성화 돼 쌀 소비 촉진과 더불어 농민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그 길이 농민들의 시름도 덜고 식량 안보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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