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의 두꺼비 서식현황 조사 문제 있어
자연과 인간 상생하는 중요한 광장으로 자리잡아

▲ 허 원 원흥이 생명평화회의 상임의장·서원대 교수
지난 11월 3일 환경부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꽤 요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 대규모 개발지역의 인공생태계 조성 사례 중 대표적인 몇 곳을 골라 인공생태계 조성을 전후하여 핵심 동식물의 서식현황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분석 발표했다. 그 가운데 원흥이 생태공원을 국내 양서류생태공원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2008~2010년의 3년에 걸친 연구사업의 1차년도 결과물로 내놓은 내용은 2006년 이후 원흥이생태공원에 알을 낳으러 내려오는 두꺼비 수는 최대 58%가 줄었고 알을 낳은 후 봄잠을 자기 위해 구룡산으로 올라가는 두꺼비 수는 최대 90%까지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꺼비들의 이상 감소현상은 첫째, 새로 조성된 생태통로가 두꺼비들이 과거 다니던 방향과 다르고 둘째, 두꺼비들이 알을 낳는데 적합한 환경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습지를 조성했고 셋째, 두꺼비 산란장으로 필요한 습지에 비해 녹지공간의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러한 기자회견 내용이 11월 4일과 5일 중앙과 지역 TV방송을 통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보도되면서 환경단체가 조성을 주도한 원흥이생태공원이 성공이냐 실패냐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되었다고 방송되었다. 올해부터 청주시로부터 원흥이생태공원을 위탁받아 관리해 온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곧바로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환경과학원에 몇 가지 의문사항을 공개 질의했다.

알 낳는데 적합한 조건 고려
사실 과거 원흥이방죽에 알을 낳기 위해 구룡산에서 내려오던 두꺼비들은 현재의 법원, 검찰청과 그 서쪽의 한내들아파트, 퀸덤아파트 지역에서 방사선 형태로 방죽을 향해 직진하였다.

그래서 생태공원조성 당시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법원 검찰청 부지를 원흥이방죽 앞으로 옮기거나 한내들 아파트 부지를 옮겨 구룡산에서 방죽으로 내려오는 두꺼비들의 통로를 최대한 확보해 주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실패하였다. 결국 원래 토지공사가 한내들아파트 옆에 20미터 폭으로 내기로 계획했던 주 생태통로를 40미터가량으로 늘리고 법원 검찰청 부지 내에 세 갈래의 보조생태통로를 내는 것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두꺼비 핵심 산란지인 원흥이방죽은 새로 조성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있던 것이고 추가로 조성한 서너 개의 보조습지는 기존의 생태환경이 파괴되면서 길을 잃은 두꺼비들이 물이 고인 웅덩이에 알을 낳은 것을 보고 주변 환경을 조금 개선해서 올챙이가 부화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정도여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적한 알을 낳는데 적합한 환경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한 산란지는 한 곳도 없다.

원흥이생태공원에서 수년 동안 두꺼비를 보호 관찰하면서 생태계 회복에 매달려 온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알을 낳거나 봄잠을 자기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택지개발로 인해 구룡산 자락이 잘리고 산남3지구의 입주민 증가로 구룡산의 등산객이 급증하면서 두꺼비서식지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 원흥이방죽 주변이나 새로 조성된 생태통로의 생태환경은 점차 좋아져 두꺼비들이 방죽에서 알을 낳고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곳에 눌러앉는 개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8년 원흥이방죽으로 알 낳으러 내려오는 두꺼비 93마리 피부 속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하여 조사해본 결과 9마리만 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바로 그 증거다.


보전과 개발의 조화가 중요
한번 파괴된 자연생태계는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원흥이방죽 주변의 생태계는 연못을 제외하고는 방죽주변의 제방까지 모두 변해 개발과 보전이 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개발 후 일부가 변형되어 보전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개발방식이 아직 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는 데까지 와 있지 않음을 원흥이생태공원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생태공원은 두꺼비의 눈으로 볼 때 성공과 실패를 따질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닐 것이다. 완전히 바뀌어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새로운 환경에서 두꺼비가 과연 살 수 있을지 살아남아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고대하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지난 주말 원흥이생명평화회의의 공식질의에 대한 국립환경과학원의 답변이 도착했다. 답변요지는 첫째 원흥이생태공원의 두꺼비 생태통로 조성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법원 검찰청 부지를 가로 지르는 여러 개의 보조 생태통로가 단일한 주생태통로보다 많이 이용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하였다. 이는 원흥이생명평화회의가 생태공원조성 초기부터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법원 검찰청부지의 생태통로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산란에 적합한 환경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습지를 조성했다는 것은, 지역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생태공원조성 기본계획에서 두꺼비서식환경조성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으나 시공자가 실시설계단계에서 풍부하고 쾌적한 녹지확보와 도심녹지 공원기능이 추가되어 생태탐방 이외 목적의 단순 공원이용객의 잦은 출입으로 인해 안정적인 두꺼비서식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원흥이생명평화회의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수해온 두꺼비생태공원의 조성과 관리에 대한 기본입장과 일치한다.

셋째 원흥이생명평화의회의가 제의한 향후 최소한 5년이상의 공동조사를 통해 도심의 생태공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자는 의견에 대해 전문 인력과 장비지원 등 세부사항을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끝으로 과학원은 국내 최초의 양서류 생태공원인 원흥이생태공원의 성공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적극 홍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월 하순 국가녹색성장위원회의 녹색도시 모델선정사업 현장실사 차 원흥이생태공원을 방문한 심사위원들은 원흥이의 생태복원 활동이 감동적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며칠 후면 두꺼비생태공원에는 전국 12개 지역의 양서류 관련단체들이 모여 전국양서류네트워크를 결성한다. 두꺼비생태공원은 구룡산의 두꺼비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두꺼비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불러 모으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도심 속의 상생의 광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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