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예전에 병원에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이렇게 끝나질 않았을 겁니다. 아쉽네요. 그리고 진작에 당신을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장기간 임금체불로 끝내 도산한 병원의 고위관계자가 내게 건넨 말이다.

그리고, 당신(민주노총)들에게 "처음엔 미웠으나 이제 미움도 원망도 없다"고도 전했다.

나도,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우리네가 하는 일이 기업가들에 대해 적대감이 있어 하는 것이 아닐진데, 그 마음만큼은 알아주었으면 하고 부탁했다.

아쉽다. 병원은 없어졌고, 우리 노동자들은 여전히 절반의 임금을 받지 못한다. 체당금(회사가 도산했을 경우, 3년치의 퇴직금, 3개월치의 임금을 노동자들이 낸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서 우선 지급하는것)을 지급받아도 절반 이상의 임금은 받을 길이 없다.

그래서다. 우리 노동자들이 나머지 임금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든 도산한 병원이 정상운영되어야만 했다. 노동자들이 병원의 부채를 떠안고, 노동자들이 희생을 통해서라도 미래를 기약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엔 부채가 너무 많고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결국, 병원 소유주와의 입장차이도 크거니와 이 위험부담 때문에 그렇게 할 순 없었다.

병원의 소유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있다.

그와, 편지를 통해 여러 가지 감정을 교환했다. 그는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도, 노조에 대한 혐오감도, 민주노총에 대한 원망감도 모두 털어냈다.

마찬가지로, 나도 나에게 야구방망이를 준비해 테러에 준하는 그런 짓을 한 행위조차도 미워하지 않게 됐다.

그의 가족들과도 이렇게 서로 간의 감정 정리가 됐다. 그들도 아쉬워 했다.

1인 중심의 경영이 결국, 방만함으로 이어졌고 도산으로 이어진 현실. 만약, 노동조합이 있어 내부에 적절한 견제만 이뤄졌어도 이렇게 참담한 결과는 아니였을 거라는 회한.

이제, 우리 노동조합 조합원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보자고 했다. 그 병원의 노동조합은 없어졌지만, 만약 조합원이고 싶으면 개별조합원으로 남기로도 했다.

간병일을 하던, 중국교포 조합원은 서울에 있는 우리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되어 간병일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여름부터 지금까지 100여일 동안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음성지역의 병원일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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