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20여명이 만드는 프로젝트 전시
젊은 작가 20여명이 모여 가구공장에서 전시를 한다. 전시를 한다는 표현보단 침투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번 공장전시 프로젝트 ‘not-out’은 야구경기에서 사용되는 용어에서 그 뜻을 빌려왔다. 타자가 투수의 공을 맞추지 못하여 삼진아웃이 예정되나, 포수가 그 공을 놓쳐버려서 야구글러브에 넣지 못해 아직 심판으로부터 아웃의 완결을 결정받지 못한 상태, 즉 타자가 죽지도 그렇다고 살아있지도 않은 ‘애매한 긴장 상태’를 말한다. 젊은작가가 가구공장에 침투하는 이유는 기존 제도권미술에 대한 틈새시장 공략이요, 과격하게 말해 문화게릴라다.
그들이 찾은 대안공간은 ‘가구공장’이다. 생산라인이 살아있으니 분명 공장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고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면 작가들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품을 생산하고 전시한다. 다만 프로젝트 ‘not-out’은 주어진 공간을 해체하고 새로운 공간의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닌, 이미 규정되어진 공간(가구공장)에 작가 개개인의 세계가 융합된다. 꼭 가구공장에 맞춰진 ‘맞춤가구’인셈이다.
전시의 주제는 ‘부재’이다. 응집된 결론이 없다. 대안공간 모색의 결과 가장 중요시 되었던 부분이 토론을 통한 결론도출이라면 이번 전시는 일단 실패다. 그러나 그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이미 작가들에겐 각자의 공간이 주어졌고 이제 남은 것은 작가들이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물음을 통해 답을 찾는 과정이니, 어쩌면 애매한 공간에서의 애매한 긴장은 ‘not-out’과 더 닮아보인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not-out’은 대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 꽤 어려운 질문이다. 모두들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전시의 개별관람보다는 전시자체를 조망한다는 것이 현대미술의 흐름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답안이 없다.
다만 이번 전시가 공간제시만이 아닌 대안제시로서의 역할이라면 가구공장이라는 점에 강조를 둘 수밖에 없다. 가구와 맞춰진 가구(작품)은 판매가 더 수월할수 있다. 예를들어 1층은 가구공장이고, 2층은 모델하우스가 입주해 있다. 참여작가들은 작품이 팔려 집에 걸리듯이 모델하우스 침대위에, 싱크대위에 걸어논다. 탁자위에도 소품들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있다.
또한 갤러리에서 하지 못했던 시도들도 가능하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종순씨는 지저분한 1층 창문을 막고 그동안 해왔던 콜라주 작업을 보여준다. 장지를 이용한 작업재료에서 반영구적인 재료들을 찾고 곡선과 직선을 도형화하여 화면을 재구성했다. 장성재·허영씨의 공동조각작업은 버려졌던 소각기를 이용하여 전통적인 토성의 이미지와 장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이것은 공장입구의 지저분한 화단을 정리하고 사인물(유도물)로 설치됐다. 대전에서 활동중인 이인희씨는 모델하우스 내에 주방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고, 그곳에 주방용품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다.
이번전시를 기획한 이종현씨(36)는 “공간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각자의 공간에서 의욕적인 살아남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not-out!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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