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숙(충청대학 경영정보과 부교수)

기업의 이윤 창출은 소비자 즉, 최종 고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이들 고객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나 92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고객 만족 경영의 개념은 고객을 좀더 넓게 해석하고 있다. 즉, 고객의 범위를 기업 이윤 창출의 근원이 되는 최종 고객 뿐 만 아니라 직원, 도·소매상, 협력업체 등 기업 내·외부로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최종 고객의 만족은 자사 직원이나 공급업자 및 유통업자 등의 만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최종 고객(외부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직원(내부 고객)이 만족하여 최종 고객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리고 공급업자나 유통업자 등(중간 고객)이 만족하여 양질의 원료나 부품을 제공해 주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 줄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 만족 경영을 하는 조직 체계는 최종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일선 직원이 최상위에 있고 그 다음이 현장 관리자층, 중간 관리자층, 그리고 최고 경영자 순으로 최고 경영자가 최하위에 있는 역피라미드 형태를 취한다. 이는 상위 관리자층은 관리 감독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직원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보장해 주고 그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고객 만족 경영을 확산시킨 모티브가 되었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사(SAS)의 성공도 사실은 내부 고객에서 비롯된다. 1980년 $800만의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에 사장으로 영입된 얀 칼슨(Yan Kalson)은 일선 직원이 최종 고객과 접촉하는 단 15초의 ‘진실의 순간(MOT, Moments of Truth)’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내부 고객의 교육을 통해 고객 만족 경영을 실천하여 1년만에 $7,100만의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KTF의 사상 최대 규모인 5천 5백여명의 퇴출 프로그램 발표, 소니의 30대 직원을 포함한 명예 퇴직 방침, 그리고 세계 제 2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 자동차의 인력 삭감 등의 기사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이런 내부 고객의 중요성은 상당히 퇴색된 듯 하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량을 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그 누가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기업이 무조건 칼을 들이대는 수술에만 전념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의 높은 성과는 히딩크 감독의 주문대로 선수들이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로 변신할 수 있도록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갈고 다듬어 줄 때 가능하다.

유한 킴벌리가 미국보다도 낮은 품질 결함율과 안전 사고율 0, 경쟁업체 대비 노동 생산성 4배, 설비 생산성 6배 이상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연 300여 시간이나 되는 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또 6년전만해도 시가 총액이 소니의 1/5에 불과했던 캐논이 소니를 제치고 일본의 간판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도 종신 고용제하에서 직원에게 일자리를 보장해 주되 승진과 급여는 철저하게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의 경영방식에 기인한다. 그로 인해 캐논은 직원 교육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평생 직장을 제공해 주어 일에 대한 집중과 능률을 향상시키고 직원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사원을 채용할 때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보다 2∼3년의 경력 사원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중요한 구성원이라고 느낄 때 조직에 대한 공헌 의욕과 만족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체감 정년 36.5세라는 시한부 삶을 사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생산성 제고 등등의 기업 성과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우리 기업들은 히딩크 감독의 주문이나 유한 킴벌리 그리고 캐논의 교훈을 저버리고 칼을 휘두르는 분위기에 휩쓸려 지금까지 잘 다듬어 온 그리고 좀더 다듬으면 아주 값진 보석이 될 이들을 제대로 다듬어 보지도 않고 그냥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부 고객으로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갈고 닦아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진정한 ‘내부 고객 만족 경영’ 아니 ‘내부 고객 감동 경영’ ‘내부 고객 졸도 경영’으로 성공한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아주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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