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연-보건과학기술원 설립 등 놓고 신경전
지역 최고 대학 위상 흔들릴까 우려

충북도와 충북대학교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양자간에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것도 오래됐다. 이 때문에 충북도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여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대규모 캠퍼스를 설립키로 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 사이에도 뜻하지 않게 ‘한랭전선’이 번지고 있다. 충북대와 보건복지부와도 관계가 서먹하다.

지역 최대·최고의 국립대학교로서 명성과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충북대와 지역에 새로운 고급인력 양성 교육기관을 신설, 지역발전의 견인 주체세력을 다양화하려는 충북도 및 보건복지부간 이해가 상충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어쨌거나 충북대로선 생공연의 출현을 결코 유쾌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충북도가 오송생명과학단지의 기공식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오송단지에 ‘보건과학기술원(가칭)’을 설립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생공연 진출에 불편한 심기
충북도는 지난 4월 ‘월척’을 낚고는 크게 고무됐다.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 본원(本院)을 두고 있는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의 오창캠퍼스 유치를 확정시킨 것이다.

생공연은 ‘바이오토피아 충북건설’을 내세우고 있는 충북도가 오랫동안 공을 기울여 유치한, 국내 유일의 생명공학 전문기관이다.

생명공학연구원 오창 캠퍼스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신축될 예정으로 그때가 되면 정규인력 790명, 연구비 2200억원 규모의 명실 상부한 동북아 연구개발(R&D) 중심 및 세계화 거점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충북도는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생공연 오창캠퍼스에는 바이오 신약 연구소, 뇌기능 연구소, 재생의학연구소, BT연합대학원, 융합생명공학연구센터, BT산업화지원센터, 생물자원보존센터, 바이오안정성센터, 국가영장류센터, LMO(유전자변형생물체)위해성평가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명실상부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연구 및 인프라의 최대 거점이 될 전망이다.

충북도는 이처럼 부가가치가 엄청난 생공연의 유치를 위해 오창에 부지 8만평을 20년간 무상 임대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또 캠퍼스 시설 건립에 따른 제반 행정지원은 물론 정부예산의 확보에 공동 노력키로 하고 생명공학연구원 직원을 위한 택지 및 아파트 신축·공급에도 협조키로 했다. 전폭적인 지원인 셈이다.

느닷없는 행사개최 포기도 논란
이러니 오창에 14만평을 확보, IT(정보통신) 중심의 첨단과학기술대학(가칭)을 독자적으로 신설하려는 충북대로서는 집안 식구보다 향후 경쟁관계에 설 수 밖에 없는 ‘새 식구’에게 더 공을 들이는 충북도가 야속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송생명과학단지 기공식을 기념해 충북도와 생명공학연구원이 충북대에서 개최하려던 ‘제2회 오송국제바이오심포지엄’ 행사가 뒤늦게 다른 장소에서 열리게 된 것을 놓고도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측은 “행사개최를 보름 가량 앞두고 충북대에서 ‘행사를 치르기 곤란하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연구원측은 “이 행사를 충북대에서 개최했더라면 홍보효과도 커 학교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됐을 텐데 뭔가 우리한테 서운한 감정이 있어서 느닷없이 행사개최 포기를 결정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생명공학 연구원 관계자는 “충북대에서 ‘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하는 행사를 우리 학교에서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고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사견을 전제로 덧붙이기도 했다.

충북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경호상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예상돼 행사 개최를 포기하게 된 것”, “교직원 갈등 등 내부현안도 걸림돌이 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생명공학연구원에 갖고 있는 불편한 심기를 애써 부인하지도 않았다.

충북도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오송과학산업단지에 신설하려는 보건과학기술원도 충북대와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큰 틀에서 지역발전 생각해야”
충북도는 오송단지에 식품·의약 안전청을 비롯해 국립보건원, 국립독성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 4대 국책 기관의 이전을 확약받은 상태에서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과학기술원(KAIST)과 유사한 보건과학기술원을 설립하는 야심찬 계획을 보건복지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오창에 이어 오송에도 학교 캠퍼스를 확보, 교육기관을 설립할 계획인 충북대가 반발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대는 “우리 나름대로 학교 발전전략을 갖고 있는 처지에서 볼 때 생명공학연구원의 이전과 보건과학기술원의 오송 신설은 국가 차원에서 생각하면 전형적인 중복투자”라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충북대는 특히 학교측의 이같은 견해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전달하며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려는 보건과학기술원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점을 거론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충북도와 보건복지부도 “충북대와 교육부 등 관련부처 및 교육기관의 반대 때문에 오송에 보건과학기술원을 신설하려는 계획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충북대와 교육부에서는 충북대 등 청주지역에 위치한 대학 등 기존의 교육기관에서도 보건의료인력을 충분히 양성할 수 있는데 이중 삼중의 비슷한 교육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펴고 있다”며 “그러나 학교 이기주의나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큰 틀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고급 보건의료 인력을 키우는 전문기관, 그것도 대학원의 설립은 시급하고도 절실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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