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원 HCN충북방송 보도제작본부장

도내에서 몇 년 전 한 공무원의 수첩이 공직사회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불미스런 일로 퇴직한 그 공무원의 수첩에 재직 당시 있었던 일들이 모두 기록됐고 검찰에 그 사실이 포착돼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공무원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꼼꼼히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메모가 자신은 물론 자신이 모신 상관까지 옭아맬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기자회견을 할 때도 회견문 뒷면에 글씨를 쓸 정도로 메모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의 기자수첩은 악필로 흘려 써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이 저의 기자수첩을 참고하다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자수첩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기자들이 수두룩합니다. 저의 고등학교 선배인 A기자의 경우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글씨를 쓰고 자신이 작성한 기자수첩은 모두 갖고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관리합니다.

그러나 술자리에서 잡담을 하는 상황에서 동석한 기자가 갑자기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할 때 당황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편한 자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도 다른 기자는 수첩을 꺼내 제가 한 말 또는 동석한 사람의 말을 적을 때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기자끼리 술을 먹을 때도 꼼꼼하게 메모하는 기자가 있다면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게 됩니다. 아무리 편한 사이라고 얘기를 해도 언젠가 자신이 한 말이 기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수 많은 특종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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