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지사 선친, 친일 누명 벗었나
상태바
정우택 지사 선친, 친일 누명 벗었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11.11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문과 합격 정운갑, 이번 인명사전에는 빠져
행정고시 필적할 고위관료 출신, 두고두고 논란

친일인명사전 발간 파장 어디까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강점기 친일행위자로 낙인찍힌 4389명의 행적을 수록한 친일인명사전을 지난 8일 발간하면서 수록인물의 면면을 놓고 지역에서도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특히 정우택 충북지사의 선친인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이 사전에 수록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실리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 정우택 지사가 부친 정운갑, 모친 박득기씨, 동생 정윤택씨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진 오른쪽이 정 지사이고, 왼쪽 동생 윤택씨. 사진출처=후보시절 홈페이지
농림부장관과 자유당, 신민당 국회의원(5선)을 지낸 고 정운갑 장관은 1913년 진천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서른 살이 되던 1943년 일제의 고등문과시험에 합격해 고위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해방 이후 장·차관을 지냈고 자유당에 몸담아 4대 민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자 윤보선계로 야당인 신민당에 참여했다. 정 장관은 1979년 이른바 ‘신민당 가처분’ 사건 당시 서울 민사지법의 판결에 따라 총재 직무대행을 맡아 김영삼 총재와 대립하면서 정치사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정 장관이 간간히 친일시비에 휘말려온 것은 일제강점기에 고위공직자를 지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 지사는 2006년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친의 행적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으나 “과거사 진상규명위에서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은 선친까지 들먹이는 것은 후보자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에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05년 8월 광복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 3095명에는 이름이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 지사 의원시절 친일청산법 거부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2001년부터 시작해 8년 동안 여러 차례 명단을 거르고 걸러 이번 사전을 발간한 것이다. 다만 알려진 대로 이번 인명사전 발간은 시작일 뿐이다. 정운갑 전 장관은 2008년에 만든 예비 자료에도 이름이 없는 것을 보니 그 이전에 이미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다. 그러나 제외됐다고 해서 친일행위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적이 불확실해서 수록이 보류된 384여명에 대해서는 향후 사전을 개정·보완할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는 이에 대해 “1930년대 들어 시작된 일제강점기의 고등문과시험은 지금의 행정고시에 필적할만한 고위관료의 등용문이었다”면서도 “민족문제연구소가 분명히 품계를 기준으로 친일행위 여부를 분류했을 텐데 그 기준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지사는 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4년 1월 친일파청산특별법 발의에 서명하지 않아 두고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식의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당시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모두 114명에 달했는데 충북에서는 자민련 정우택(진천·괴산·음성) 의원과 한나라당 신경식(청원) 의원만 서명을 거부했다.

권중현, 이근택 등 을사오적 등재
이순신 영정 그린 충주 출신 장우성 화백도 포함

친일인명사전이 편찬작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공개되면서 충북 출신 인사들의 친일행적도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되는 3권의 사전은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총 3000페이지의 분량에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행적이 담겨 있다.


충북 출신 중에서도 을사오적인 권중현(농상공부대신), 이근택(군부대신)과 한성은행 감사와 신궁경의회 고문 등을 지낸 민영휘가 매국수작부문에 포함됐으며, 중추원 참의를 지낸 김화준, 민영은, 박두영, 손재화, 이명구, 정석용, 홍승목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홍승목은 충남 금산군수로 재직하던 중 1910년 을사늑약에 분개해 순국한 홍범식의 부친이자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문인이자 항일운동가 홍명희의 조부라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홍승목은 아들이 죽은 뒤에도 대동학회, 제국실업회 등 친일단체 회장을 맡았고 1912년에는 일본정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탁지부 세무주사와 충북지사 등을 지낸 홍승균, 청주경찰서 경부, 충북도 경시 등을 맡았던 이민호 등이 친일 관료로 분류됐다. 

친일예술인들의 면면도 드러났다. ‘가라 군기 아래로 어버이들을 대신해서’ 등의 시를 쓰고 조선문인보국회 상무이사, 조선언론보국회 이사 등을 지낸 김기진, 농촌소설의 대가로 ‘가련한 처칠의 말로’ 등 친일소설을 쓴 이무영, ‘내선일체의 가’ 등의 시를 쓴 김용제 등이 친일문인이다. ‘총후병사’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 등 일본군 징용을 독려한 그림을 그린 운보 김기창의 친일행각이 일찌감치 논란이 된 바 있다.

유족 소송 잇따라 기각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 등의 영정을 그린 장우성 화백도 친일파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장 화백의 유족들이 ‘친일인명사전 수록은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냈으나 서울고법 민사합의40부(부장판사 김용헌)가 이를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 화백을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는 주요한 목적은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해에 대한 사항”이라며 “평가 또는 학문적 의견 개진 내지는 표명에 가까운 점 등을 종합할 때 장우성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는 것은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종교인 중에서는 일본기독교 조선교단 고문과 국민총력조선연맹문화부 문화부원 등을 지낸 정춘수의 행적이 사전에 올랐다. 알려진 대로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이었던 정춘수는 훗날 친일파로 변절한 행적 때문에 1996년 삼일공원에 있던 동상이 시민단체 회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이밖에도 다수의 지역출신 인사들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가나다 순에 의해 인명을 수록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출신지역 별로 통계를 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와 편찬위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이어 일제협력단체사전, 식민지통치기구사전, 자료집, 도록 등 모두 20여권의 친일문제연구총서를 오는 2015년까지 완간할 계획이다. 또 전시·교육을 전담할 역사관 건립과 전문분야별 연구서 발간, 일반교양서적 보급도 병행할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