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

여성의 지위가 높은 사회일수록 국민의 건강 수준도 높다고 미국의 의학자 리처드 윌킨슨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즉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 중심적이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낮지만, 불평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며 남성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놀라운 결과도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고, 그 결과 생활수준도 상당히 향상됐다. 그러나 부유한 나라일수록 삶의 질과 물질적 생활수준은 그다지 밀접하지 않다는 것 또한 밝혀내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건강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는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미국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평등한 노르웨이나 스웨덴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 속에 기대수명은 계속해서 높아질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이 가져다주는 선물보다는 해악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 걱정, 우울, 자살, 비만 등이 만연하고 에너지 낭비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같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도 피해갈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녹색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건강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는 강력범죄 발생률 및 10대 임신이 증가하고 아이들의 수리와 언어능력은 떨어지며, 신뢰와 사회자본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불평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사회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충격을 준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동등한 사회일수록 남녀 공히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여성의원의 비율, 남녀 임금격차, 여성의 경제적 자율성 등을 기준으로 여성의 지위를 측정한다. 특히 남성적인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밤에 길거리를 다니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다던지, 공공영역이 공격적이고 덜 친화적이며 임금격차도 크고, 소득불평등 역시 남성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한 지역에서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요한 사망요인은 폐암과 감염성 질환 즉 간염, 에이즈, 결핵 등을 포함하여, 만성간질환과 간경화, 교통사고 등이고 살인의 비율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더욱 놀랍고 위험한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의지라고 생각한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대중의 지지를 받기위해 정부가 먼저 성평등적인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냈다. 특히 정치적인 중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평등정책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들은 경제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소득격차는 늘어나고 있고, 일부 소수 정책만이 소득격차를 줄이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세정책, 사회보장제도, 교육정책, 실업정책, 최저임금제, 농업정책, 공공서비스 확대 등 보다 관용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보장의 실시는 물론 진보적인 조세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또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여성들의 지방의회진출 확대를 위한 한시적인 적극적인 지원책들을 내놓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51% 여성들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소득격차를 줄이고 성평등정책의 적극적인 시행만이 곧 국민의 건강과 우리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며, 평화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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